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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May, 2025

추락하는 것은 용기가 있다. (주님 승천 대축일)

                                                               추락하는 것은 용기가 있다 (주님 승천 대축일) 경비행기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이륙했습니다 . 순식간에 집이며 사람 , 자동차가 장난감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1 킬로미터 , 2 킬로미터 ... 제 손목에 찬 고도계가 천천히 올라가는동안 저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 ' 이제 어쩌지 ? 내가 여기서 무얼하고 있는거야 ? 스카이 다이빙 하자고 괜히 청년들을 부추겼구나 .' 함께 비행기에 오른 청년들이 원망 섞인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 소음과 진동 속에 한참을 올라가던 비행기가 갑자기 멈춰선 것 같더니 교관이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 강한 바람이 제 얼굴을 후려쳤습니다 . 곧 제 뒤에 함께 매달려 있던 교관이 열린 문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 " 괜찮나요 ?" 교관의 물음에 저는 어색한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 " 걱정마세요 . 창공으로 뛰어내리기만 하면 하늘을 나는 새가 될 것입니다 ." 문쪽으로 끌려가다시피 하는 저에게 " 준비가 되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세요 ." 하고 교관은 말했습니다 . 만일 엄지손가락을 내리면 비행기를 타고 그냥 내려올 수 있다는 사전 안내가 떠올랐습니다 . 하지만 돌아서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제가 먼저 뛰어내려야 청년들도 따라올 것이기에 두렵지만 그냥 맡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자마자 그는 창공으로 뛰어내렸습니다 . 몸이 빙글빙글 돌면서 뛰어내린 비행기가 보이더니 엄청난 속도로 추락했습니다 . 밑도 끝도 없는 곳으로 떨어지는데 얼굴은 일그러졌고 숨을 쉬고 싶었지만 입...

평화가 너희와 함께 (부활 제6주일)

                                                                      평화가 너희와 함께 (부활 제 6 주일) " 평안하냐 ?"( 마태 28,9)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여자들에게 한 인사입니다 . 여러분은 평안하십니까 ? 마음에 평화가 있습니까 ? 일반적으로 평화란 전쟁이 없거나 경제적으로 안정되거나 건강과 안전 , 갈등의 부재 상황에서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 한마디로 외적인 조건 중심의 평화입니다 . 세상이 주는 평화란 필요한 것들을 채운 뒤에 얻는 만족감입니다 .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 남들처럼 가지고 누려야 사는 것 같고 , 종종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고 더 잘 나갈 때 느끼는 평화가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 "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 ( 요한 14,27).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무엇일까요 ?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 "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 너희가 내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 .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 내가 세상을 이겼다 "( 요한 16,33). 예수님께서는 평화를 얻으려면 삶의 일부인 고난을 겪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 다른 말로 하면 외적인 조건이 무너지는 고난을 겪겠지만 용기와 믿음을 통해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우리는 문제없이 모든 것이 잘 되어갈 때 평화롭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늘 우리와 함께 합니다 . 고통 없이 영광을 얻고 죽음 없이 부활을 누리고 싶지만 예수님께서는 고통을 통해서 영광에 이르고 죽음을 통해서 부활함을 보여주십니다 ....

두려워하지 마라 (부활 제5주일)

                                                                      두려워하지 마라                                                                              (부활 제 5 주일) "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 서로 사랑하여라 "( 요한 13,34). 예수님의 새 계명이 그렇게 새롭지 않아 보이는 것은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 서로 사랑하라는 것은 예수님의 한결같은 가르침인데 무엇이 새로운지를 알아 들으려면 이어지는 말씀을 새겨 들어야 합니다 . "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 ( 요한 13,34).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서로 사랑하라는 것은 어떤 뜻입니까 ?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외아들이셨지만 한번도 사랑을 강요하지 않으셨습니다 . 대신 사랑을 말과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 그 사랑이 죽음에 이르게 할 줄을 알면서도 기꺼이 받아들이셨고 , 십자가에 죽기까지 침묵하며 적대자들을 용서하셨습니다 . 한마디로 모든 것을 다 내어준 사랑이었습니다 . 우리가 과연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 저는 그동안 그런 사랑 , 곧 신적인 사랑은 우리가 ...

나의 미션 (부활 제4주일)

                                                                             나의 미션 (부활 제 4 주일) 누구나 살아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을 것입니다 . 제게 그런 곳 중 하나는 남미의 이과수 폭포입니다 . 그 이유는 영화 미션 (The Mission) 때문입니다 . 1986 년 롤랑 조페 감독의 미션을 통해 만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 예수회 사제의 열정은 저를 사제의 길로 인도했고 그 배경에 이과수 폭포가 있었습니다 . 볼리비아 선교 30 주년을 맞아 대구교구 대주교님께서 오시는 길에 파라과이에서 지난 주간 북미와 남미 사제모임이 있었습니다 . 땅끝까지 구원을 전하라는 명령에 따라 다른 민족의 빛이 되기 위해 헌신한 30 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 무엇보다 저는 마침내 만나게 된 이과수 폭포 앞에서 넋을 놓고 말았습니다 . 그 웅장함과 함께 내 얼굴을 부드럽게 적시는 물방울이 하느님의 손길처럼 느껴졌습니다 . 다음날 우리는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 레오 14 세를 맞이했습니다 . 우리의 새 목자가 처음으로 한 말은 “ 평화가 너희와 함께 ”, 곧 부활하신 예수님의 첫 인사였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이어 새로운 목자를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 그러고보니 제 옆에도 목자가 있었습니다 .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님은 제게 교구장이면서 아버지이십니다 . 교구장 비서로 가까이에서 모셨고 사제 삶의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 저는 아버지와의 만남으로 기뻤고 고해성사를 보았고 이과수 폭포를 함께 바라보며 감동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

오월의 신부 (부활 제3주일)

                                                     오월의 신부 (부활 제3주일) 저 는 오월의 신부입니다 . 아름다운 오월에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사제로 서품되어 하느님과 교회 , 신자들과 혼인했습니다 . 사제서품식에는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서 오시고 , 미주지역에 있던 대구대교구 신부님들까지 함께 해 주셨습니다 . 축하식에는 클리블랜드 한인성당 신자 뿐만 아니라 미국신자들도 오셔서 같이 축하해 주셨고 , 주일 첫미사는 8 년 반동안 사제직을 꿈꾸며 준비한 것을 마침내 실현하는 순간이었습니다 . 신학대학원 동기 세명과 함께 우리는 직접 서품식 전례를 준비했는데 오늘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화가 바로 우리가 택한 복음입니다 . ' 요한의 아들 하상바오로야 ,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 는 예수님의 말씀에 ' 예 , 주님 !' 하고 응답했습니다 .  그 리고 한달 휴가를 받아 귀국하여 대주교님을 뵙고 인사드렸더니 따뜻하게 맞아주셨고 주교관에 머물게 해 주셨습니다 . 출신본당에서 첫미사를 봉헌할 때의 감격은 말로 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 이어서 신학교와 수녀원들을 방문하여 첫미사를 드리고 신자들에게 안수하면서 꿈같은 한달을 보냈습니다 . 이미 클리블랜드 교구 보좌신부로 발령을 받은 상태로 학생비자에서 종교비자로 바꿔 출국하는 것이 모든 일정의 마지막이었습니다 . 종교비자를 신청하고 서울 미대사관에 새벽기차로 올라갔습니다 . 예전에 클리블랜드에서 공부했던 유학생들과 명동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두시간 넘게 미대사관 담벼락을 따라 선 긴 줄에서 기다렸습니다 . 마침내 제 인터뷰 차례가 되어 준비한 서류를 들고 대사관 직원 앞에 섰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