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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의 고백 ( 연중 제 5주일 )

                                                                        시몬의 고백 연중제 5 주일   저의 이름은 시몬입니다 . 동생은 안드레아이고 제 직업은 어부입니다 . 갈릴래아 호수에서 30 년 넘게 그물질을 한 베테랑입니다 .   그런데 요즘 들어 기후 영향 때문인지 고기가 좀체 잡히지 않습니다 . 그 덕에 매달 내야하는 뱃값을 제때 못 갚고 있습니다 . 저 하나만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 무엇보다 날이 갈수록 체력이 딸려 어부 일도 얼마남지 않은 것 같으니 앞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   얼마전부터 예수라는 사람의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 나자렛 출신으로 세례자 요한처럼 ' 회개하라 ' 고 선포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른다고 하니 배부른 사람들 이야기죠 .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회개며 복음인지 , 지금 굶어죽게 생겼는데 하느님 나라라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죠 .   그런데 예수가 제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 그것도 제 배에 오르더니 뭍에서 조금 저어 나가달라고 부탁을 하는게 아닙니까 ! 저야 그물 손질을 하던차라 그리해도 아무 문제가 없어 그리 했지만 뭔가 석연찮은 감정이 들었습니다 .   그러다가 예수가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는데 태어나서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습니다 . 신기해서 계속 듣게 되었습니다 .   말씀을 마친 그분이 갑자기 저를 돌아보더니 '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 하고 말씀하는게 아닙니까 ? 어부...

시메온과 한나 ( 주님 봉헌 축일 )

  시메온과 한나 주님봉헌축일   이 시대에 노인은 누구입니까 ? 보통은 늙은 이 , 할아버지 할머니 , 은퇴한 사람들이지만 동시에 아픈 사람들 , 생산적이지 못한 사람들 , 그래서 쓸모없는 사람들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 한마디로 노인은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닌 이 , 곧 'No- 人 ( 인 )' 입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21 년 7 월 26 일 ‘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부모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 ' 을 '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 로 제정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 “ 복음을 선포하는 것과 여러분의 후손들에게 전통을 전해주는 일에는 은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 .” 한때 대구대교구는 70 세가 되어 현직에서 은퇴한 사제를 ' 은퇴 사제 ' 라고 불렀습니다 . 그런데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 사복을 입은 은퇴사제가 교구 건물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오는데 경비가 말했습니다 . " 요금은 5 천원입니다 ." 은퇴 사제가 대답했습니다 . " 나는 은퇴 사제요 ." 그러자 경비가 대꾸했습니다 . " 그러니 돈을 내야지요 . 은퇴했으니 더 이상 사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 이후 교구는 은퇴 사제라는 말대신 ' 원로 사목자 ' 라는 말을 쓰게 되었습니다 .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 성령의 인도를 받은 시메온과 한나 두 노인 ' 의 기쁨에 넘친 증언을 듣습니다 . 이들은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기던 노인들이었습니다 . 교황님께서는 시메온과 한나를 가리켜 ' 하느님의 표징을 알아챌 수 있는 노년의 모범 ‘ 이라고 말했습니다 . 그들은 예수님을 환대하고 품에 안았으며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 다시 말해 하느님께서 그곳에 계신다는 것과 모두가 기다리던 구세주 , 메시아가 오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영적인 노년에 들어선 이들은 겸손하게 증거하며 모든 사람을 위한...

시 작 ( 연중 제 3주일 )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습니다. 결혼생활의 시작, 직장생활의 시작, 육아의 시작, 신앙생활의 시작 등, 여러분이 기억하는 모든 일의 시작은 어떤 느낌을 줍니까? 기대와 걱정, 설렘과 두려움, 희망과 긴장이 공존하는 묘한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복음의 저자 루카 역시 그러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손을 대었던 예수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작업을 시작하는 것은 마치 장편서사의 첫 문장을 쓰는 것처럼 설레면서도 두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러합니다. 한국을 떠나 14년만에 미국에 다시 왔습니다. 공교롭게도 워싱턴 공항으로 들어왔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같은 시간에 이 나라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고 임기를 시작하는 때였습니다. 정 신부님과 총회장님, 사무장님의 배웅을 받고 볼티모어로 오는 길은 맑은 날이었다가 눈보라가 치고 다시 날이 개는 이상한 날씨였습니다. 너무나도 추운 이곳에서 시차적응할 틈도 없이 혹한기 훈련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계속 먹고 마셨고 거기다가 하루만에 5년치의 일을 인수인계 받으며 아마 제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할 시간을 시작합니다. 예수님도 시작이 있었습니다. 광야에서 40일간 단식을 하고 성령을 받고 갈릴래아로 돌아온 첫 안식일에 예수님께서는 회당에 들어가셨습니다. 그를 눈여겨보던 사람이 성경 두루마리를 건네자 예수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서를 찾아 읽으셨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1,18-19). 놀라운 이 말씀은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1,21)는 선포로 끝을 맺습니다. 오늘 볼티모어 한국 순교자 성당 신자 여러분과 첫 주일을 시작하며 듣는 예수님의 선포는...

연중 제2주일 강론

요즘 겨울 날씨가 너무 매섭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 본당에 부임하고 작년 12 월 말부터 지금까지 제일 추운 날씨를 맞고 있습니다 . 기온도 많이 떨어지고 있으면 바람도 아주 매섭게 불고 있습니다 . 본당의 어르신들 말씀에 따르면 작년 말과 올해가 꽤 춥다고 하십니다 . 교우분들 건강 관리에 각별히 주의하셔야 하겠습니다 . 감기 환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   교회는 지난 주일 ‘ 주님 세례 축일 ’ 을 시작으로 성탄 시기를 끝내고 연중 시기에 들어왔다고 지난주 강론에서 말씀드렸습니다 . 연중 시기는 예수님의 공생활 중에 하신 말씀과 행적을 묵상하는 시기입니다 . 메시아로서 하느님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시기 위하여 일상 안에서 하시는 예수님 말씀 안에서의 메시지와 행적 안에서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가 우리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각자의 삶에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을 묵상하는 것입니다 .   연중 제 2 주일의 말씀은 우리 삶과 너무나 가깝게 연결된 말씀입니다 . 혼인 잔치에서 술어 떨어져서 , 혼인 잔치의 주인이 너무나 난처한 상항에 있는 모습을 성모님께서 아시고 , 예수님에게 조용하게 부탁하시는 장면이 오늘 복음입니다 . 성모님의 부탁을 예수님께서는 무시하는듯하시지만 , 어머니의 부탁을 들어주십니다 . 그래서 예수님을 비롯하여 혼인 잔치의 손님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인간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신 하느님 역시 인간 사회 안에서 사람들과 어울리시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은 , 묵상하는 우리 역시 흐뭇하게 여겨집니다 .   오늘 제 2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교회 안에서 활동하는 하느님의 백성들에게 주어지는 성령의 은사는 다양함을 밝히고 있습니다 . 신앙 공동체 안에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직분은 여러 가지 임을 밝히면서도 그 직분의 주인공은 주님임을 분명히 합니다 . “ 어떤 이에게는 지혜의 말씀이 , 어떤 이에게는 지식의 말씀이 , 어떤 이에게는 치유의 은사가 , 어떤 이에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