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밥상 식구 (성체 성혈 대축일)
주님밥상 식구(食口)
(성체성혈 대축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이것이 제가 가장 공감하는 행복의 정의입니다.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음식과 사람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에는 음식과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의 몸과 피를 나누어 마시기 위해 모인 그리스도인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식구(食口)입니다. 함께 먹는다는 건 상대가 나를 해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한 행위입니다. 동시에 식구란 밥만 나누는게 아니라 기쁨, 슬픔, 삶의 무게를 함께 나누는 존재입니다.
식구끼리 함께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꼭 필요한 인성을 형성해 주는 것이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하는데 오늘 우리가 먹고 마시는 성체성사에 대해 밥상머리 교육을 할까 합니다.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에 의해 결정됩니다. 다른 말로 하면 내가 먹는 것, 그것이 바로 나입니다.
미국 영양학자 빅터 린드라는 말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병의 90%는 싸구려 음식 때문에 생긴다.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을 만든다.“
맛있다고 달고 짜고 기름기 넘치는 음식, 건강한 식재료가 아닌 가공된 패스트 음식, 심지어 유전자 조작된 음식을 계속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습니다. 건강 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몸과 피를 먹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식이며 영혼의 양식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성체를 모시며 하느님의 자녀로 양육되고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며 세상 너머에 대한 희망을 키워나갑니다.
우리가 성체성사에 참여하여 예수님을 계속 먹는 것은 한가지 목표 때문입니다. 바로 예수님이 되는 것입니다. 성체성사는 우리를 기르고 변화시키며 마침내 그리스도와 하나되게 합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루카 9,13). 예수님께서는 성체성사로 양육되는 우리 역시 누군가를 위해 빵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집 앞에 굶주리는 라자로가 있는데도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매일 잔치를 벌였던 부자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누구와, 어떻게 나누어 먹는가 하는 것은 어떻게 성체성사를 일상에서 살아갈까 하는 질문입니다.
이웃을 식구로 초대하고 그들에게 예수님처럼 맛있는 빵이 될 수 있는가? 내게 있는 먹을 것을 굶주린 남을 위해 내줄 수 있는가?
쓰고 텁텁한 맛없는 빵이 아니라 부드럽고 담백한 빵이 될 수 있다면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 맛있게 먹히는 예수님이 되는 것입니다. 기꺼이 '나는 네 밥이다'하고 보여줄 수 있다면 성체성혈 대축일 부속가에서 노래하는 희망을 이루게 됩니다.
"참된음식 착한목자 주예수님 저희에게 크신자비 베푸소서...
하늘시민 되게하고 주님밥상 함께앉는 상속자로 만드소서."(부속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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