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은 용기가 있다. (주님 승천 대축일)

                                                              추락하는 것은 용기가 있다

(주님 승천 대축일)

경비행기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이륙했습니다. 순식간에 집이며 사람, 자동차가 장난감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킬로미터, 2킬로미터...제 손목에 찬 고도계가 천천히 올라가는동안 저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어쩌지? 내가 여기서 무얼하고 있는거야? 스카이 다이빙 하자고 괜히 청년들을 부추겼구나.' 함께 비행기에 오른 청년들이 원망 섞인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소음과 진동 속에 한참을 올라가던 비행기가 갑자기 멈춰선 것 같더니 교관이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강한 바람이 제 얼굴을 후려쳤습니다. 곧 제 뒤에 함께 매달려 있던 교관이 열린 문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괜찮나요?" 교관의 물음에 저는 어색한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걱정마세요. 창공으로 뛰어내리기만 하면 하늘을 나는 새가 될 것입니다." 문쪽으로 끌려가다시피 하는 저에게 "준비가 되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세요."하고 교관은 말했습니다. 만일 엄지손가락을 내리면 비행기를 타고 그냥 내려올 수 있다는 사전 안내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돌아서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먼저 뛰어내려야 청년들도 따라올 것이기에 두렵지만 그냥 맡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자마자 그는 창공으로 뛰어내렸습니다. 몸이 빙글빙글 돌면서 뛰어내린 비행기가 보이더니 엄청난 속도로 추락했습니다. 밑도 끝도 없는 곳으로 떨어지는데 얼굴은 일그러졌고 숨을 쉬고 싶었지만 입을 벌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바람이 얼굴을 때렸습니다.정신을 차리도록 교관이 제 어깨를 두드리더니 지상에서 배운대로 몸을 활처럼 만들고 팔을 펼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렇게 했더니 그때 저는 하늘을 나는 새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놀라운 속도로 추락하고 있지만 몸의 균형을 잡고 하늘에서 유영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슈퍼맨이 된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1분여를 떨어지다가 교관이 제 손목의 고도계를 가리켰습니다. 낙하산 줄을 당겼습니다. 그러자 엄청난 충격과 함께 몸이 반대 방향으로 솟구쳐 올랐습니다.

그후 온 세상이 조용해졌습니다. 믿을 수 없는 고요와 함께 발 아래 세상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 하느님께서 바라보는 세상은 이렇게 아름답구나!‘

추락하는 것은 용기가 있습니다. 떨어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올라간다는 것은 무모해 보이지만 오르지 않고서는 볼 수 없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발을 땅에 디디고 사는 일은 안전하지만 모험을 통해서만 자신이 서 있는 자리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땅만 보고 사는 우리는 점점 무거워집니다. 많이 먹어 더 살찌고 더 많이 가지고픈 욕심이 생겨 하늘을 오르는 일은 상상 속의 일로 치부합니다. 하늘을 나는 것은 천사나 하는 짓이라며 지레 너스레를 떨지만 가끔 하늘을 나는 새를 보거나 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면 우리 역시 하늘로 오르고 싶습니다.

주님 승천 대축일은 희망의 날입니다. 하늘에서 내려오신 분이 하늘로 오르듯 우리 역시 하느님께로부터 왔으니 하느님께로 돌아가야하며 이는 하늘로 올라가는 일과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 몸무게를 줄이고, 욕심을 버린 가벼운 마음은 하느님과 이웃 사랑의 공기로 채우고,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서 하느님께로 돌아갈 날을 위해 기도하면 우리 역시 승천할 수 있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고 노래한 시인 천상병의 귀천처럼, 우리도 승천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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