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션 (부활 제4주일)
나의 미션
(부활 제4주일)
누구나 살아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을 것입니다. 제게 그런 곳 중 하나는 남미의 이과수 폭포입니다. 그 이유는 영화 미션(The Mission) 때문입니다. 1986년 롤랑 조페 감독의 미션을 통해 만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예수회 사제의 열정은 저를 사제의 길로 인도했고 그 배경에 이과수 폭포가 있었습니다.
볼리비아 선교 30주년을 맞아 대구교구 대주교님께서 오시는 길에 파라과이에서 지난 주간 북미와 남미 사제모임이 있었습니다. 땅끝까지 구원을 전하라는 명령에 따라 다른 민족의 빛이 되기 위해 헌신한 30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마침내 만나게 된 이과수 폭포 앞에서 넋을 놓고 말았습니다. 그 웅장함과 함께 내 얼굴을 부드럽게 적시는 물방울이 하느님의 손길처럼 느껴졌습니다.
다음날 우리는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 레오 14세를 맞이했습니다. 우리의 새 목자가 처음으로 한 말은 “평화가 너희와 함께”, 곧 부활하신 예수님의 첫 인사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이어 새로운 목자를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그러고보니 제 옆에도 목자가 있었습니다.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님은 제게 교구장이면서 아버지이십니다. 교구장 비서로 가까이에서 모셨고 사제 삶의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저는 아버지와의 만남으로 기뻤고 고해성사를 보았고 이과수 폭포를 함께 바라보며 감동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보내신 교황님, 주교님은 제게 착한 목자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줍니다. 양들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는 목자, 곧 예수님을 닮은 착한 목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참 목자란 양 냄새나는 목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양과 함께 울고 웃으며 양에게 조금씩 스며드는 목자,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은 아닐 것입니다. 스치면 인연일 뿐이지만 스며들면 사랑인 까닭입니다.
‘나는 나의 양떼를 잘 알고 있는가?’
‘그들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가?’
지난 백일동안 저는 여러분의 이름을 알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와 더불어 여러분이 많은 환난을 겪어낸 이들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망과 분노, 아픔과 고통, 몸과 마음의 병과 상실이 남긴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거나 흉터로 남아있음을 보았습니다.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여러분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 목자의 사명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저는 제 자신이 목자이기보다 목동에 더 가깝다고 느낍니다. 목자인 교황님과 주교님을 따라 살고 싶지만 아직 어린 목동, 배울 것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은 목동입니다. 목동은 목자인 아버지에게서 배우고 사랑하고 성장하여 언젠가 훌륭한 목자가 될것입니다. 온갖 위험에서 양떼를 지키고, 잃어버린 양떼를 찾아 나서 그들을 목에 매고 기쁨에 넘치며 돌아오며, 양떼를 푸른 풀밭으로 이끌 때가 올 것입니다.
저의 양떼인 여러분을 존중하기에 따뜻하게 바라봅니다. 저는 여러분의 이름만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예전에도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주님께서 보내주신 훌륭한 목자가 착한 목자가 되도록 저를 이끌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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