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의 고백 ( 연중 제 5주일 )
시몬의 고백
연중제5주일
저의 이름은 시몬입니다. 동생은 안드레아이고 제 직업은 어부입니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30년 넘게 그물질을 한 베테랑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기후 영향 때문인지 고기가 좀체 잡히지 않습니다. 그 덕에 매달 내야하는 뱃값을 제때 못 갚고 있습니다. 저 하나만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무엇보다 날이 갈수록 체력이 딸려 어부 일도 얼마남지 않은 것 같으니 앞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얼마전부터 예수라는 사람의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나자렛 출신으로 세례자 요한처럼 '회개하라'고 선포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른다고 하니 배부른 사람들 이야기죠.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회개며 복음인지, 지금 굶어죽게 생겼는데 하느님 나라라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죠.
그런데 예수가 제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제 배에 오르더니 뭍에서 조금 저어 나가달라고 부탁을 하는게 아닙니까! 저야 그물 손질을 하던차라 그리해도 아무 문제가 없어 그리 했지만 뭔가 석연찮은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예수가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는데 태어나서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습니다. 신기해서 계속 듣게 되었습니다.
말씀을 마친 그분이 갑자기 저를 돌아보더니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하고 말씀하는게 아닙니까? 어부 경력 30년으로 장담하건데 이른 아침 깊은 물에는 고기가 없습니다. 전날 밤새도록 그물질을 해도 한마리도 못 잡았는데 깊은 데에서 그물을 내리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죠.
그러나, 저는 그 말씀을 거역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제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것처럼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분께서 말씀하신 '깊은 곳'은 물이 깊은 곳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가고 싶지 않은 곳, 숨기고 싶은 것이 가득한 곳이었지요. 저의 치부, 죄, 두려움, 상처, 부끄러움 말입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그것을 마주하도록 그분은 초대하셨습니다.
그물이 찢어질만큼의 물고기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분이 저보다 저를 더 잘 알고 계시며 제 은밀한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신다는 사실이 두려워 그분 앞에 엎드려 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제 조상 가운데 이사야 예언자도 같은 경험을 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주님을 만난 그는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 망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이다."
하지만 결국 저 뿐만 아니라 제 동생 안드레아, 동료 야고보와 요한이 모두 그분을 따라 나서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 우리의 배마저 버리고 말입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새로운 길, 평생을 갈구하던 진리, 그리고 죽음을 넘어선 영원한 생명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분 친히 당신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말씀하신 것을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그후 어떤 일이 있어났는지는 들었겠지요? 그분은 우리를 완전히 새로 태어나게 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우리가 실제로 한 일이 예전에 우리가 하던 일과 다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고 그분을 따라 '사람 낚는 어부'가 된 것입니다. 우리를 가장 잘 아시는 그분께서는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시고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을 통해 새로 태어 태어나게 해 주신 것이지요.
그날 그분과의 만남과 부르심, 새로운 길을 나섬은 제 인생 최고의 일이었습니다. 한마디로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제가 되었고, 그분의 은총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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