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위로자 (성령강림대축일)
가장 좋은 위로자
(성령강림대축일)
찬미 예수님!
한국 가톨릭 신자들은 서로 만날 때마다 인사를 이렇게 합니다. 찬미 예수님!
‘예수를 찬미합시다’(laudate Jesum)를 줄인 인사말 ‘찬미 예수’는 조선시대 박해 때에 탄생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 신자들 고유의 인사입니다.
그런데 이 인사말에는 더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찬미 예수님은 내 안에 계신 성령께서 상대방 성령에게 인사하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각자 안에 계신 같은 성령을 알아보고 기뻐하며 인사하는 것입니다. 마치 불교에서 부처님은 모든 사람안에 계시기에 서로에게 '성불하십시오.'하고 인사하는 것과 같습니다.
성령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나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올바른 방식으로 기도할 줄 모르지만, 성령께서 몸소 말로 다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십니다"(로마 8,26). 마찬가지로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할 수 없습니다"(1코린 12,3).
오늘은 성령강림대축일이며 교회가 태어난 날입니다. 성령 강림으로 교회가 세워지고 사도들은 복음 선포의 사명을 부여 받았습니다. 성령강림대축일은 뜻하는 Pentecost는 '50번째'라는 뜻의 그리스어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뒤 50일째 되는 날에 성령께서 오셨습니다.
우리는 성령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성령없이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할 수 없으며 성령없이 기도할 수 없으며 성령없이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1코린 12,7).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들이 있는 것처럼 한 성령 안에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된 우리 역시 많은 지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성령은 다양성을 통한 일치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2독서에 이어서 말합니다.
"몸은 한 지체가 아니라 많은 지체로 되어 있습니다...귀가 "나는 눈이 아니니 몸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해서, 몸에 속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온몸이 눈이라면 듣는 일은 어디에서 하겠습니까?...사실 지체는 많지만 몸은 하나입니다. 눈이 손에게 "나는 네가 필요 없다." 할 수도 없습니다"(1코린 12,14-21).
우리 공동체 역시 성령 안에서 다양한 지체들이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가 있고 그 몫을 충실히 살면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룹니다. 때로 많이 드러나는 역할을 하는 지체들도 있습니다만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상기시켜 줍니다.
"몸의 지체 가운데에서 약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오히려 더 요긴합니다. 우리는 몸의 지체 가운데에서 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특별히 소중하게 감쌉니다"(1코린 12,22-23)
우리 가운데에서 약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병자들, 노인들, 어린이들, 쉬는 교우들, 이들은 우리가 특별히 소중하게 감싸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모자란 지체에 더 큰 영예를 주시는 방식으로 사람 몸을 짜 맞추셨고, 그래서 몸에 분열이 생기지 않고 지체들이 서로 똑같이 돌보게 하셨습니다"(1코린 12,24-25).
코로나 때 우리는 청소하고 배달하는 필수 노동자 없이는 하루도 살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머리나 눈, 심장이 되고 싶어 하지만 발톱이나 털 없이 우리는 살 수 없습니다. 모든 지체가 성령 안에서 한몸을 이루어 공동선에 기여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다른 지체에 대한 이해와 연민입니다. 왜냐하면 이해와 연민 안에서만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합니다"(1코린 12,26).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성령이야말로 신앙공동체를 이루는 핵심이며, 그 공동체는 연민 뿐만 아니라 반드시 용서가 있어야 함을 가르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2-23).
우리 가운데 죄없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우리 가운데 사랑만큼 용서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안에 있는 성령, 곧 가장 좋은 위로자, 영혼의 기쁜 손님을 통해 우리는 용서를 받고 생기를 얻습니다. 다함께 성령이 나에게 오시기를 기도합시다.
영원하신 행복의빛 저희마음 깊은곳을 가득하게 채우소서...
굳은마음 풀어주고 차디찬맘 데우시고 빗나간길 바루소서.
성령님을 굳게믿고 의지하는 이들에게 성령칠은 베푸소서.(성령송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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