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대축일
오늘은 우리 본당의 주보 축일입니다. 잘 아시는 것과 같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 동료 순교자 대축일입니다. 주보(主保)라는 말은 수호성인이라는 말입니다. 우리 볼티모 한국순교자 성당의 수호성인은 한국의 103위 성인 모두를 의미합니다. 이렇게 많은 성인께서 우리 본당을 지켜주시고 하느님께 끊임없이 기도해 주시고 계십니다. 이러한 기도 덕분이 우리 본당이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성인들의 도우심으로 앞으로 많은 발전을 거듭하리라 확신하고 희망을 가져봅니다.
1984년 5월 6일, 지금은 없어진 여의도 광장을 가득 매인 교우들 앞에서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향해 “한국의 103위 순교자를 성인 반열에 올리노니, 세계 교회가 공경하기를 바랍니다.”라는 선언으로 한국 교회에 103분의 성인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가톨릭 교회의 전통과 관례에 따르면,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는 그 성인에게 기도하여 기적이 일어나야 합니다. 일명 기적 심사라고 하는데, 그 당시 한국 주교단에서는 교황청에 ‘기적 심사 관면(면제) 청원’을 제출하여 수락을 받았습니다. 교황청에서 자세히 심사하는 과정에서 한국 교회의 놀라운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조선 땅에 신앙의 씨앗이 뿌려진 계기가 다른 교회와는 다르게 성직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평신도들에 의해서 자생적으로 교회가 시작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가톨릭교회 역사에 이러한 양식의 복음 선포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성인 청원서에 기록된 복자들이 모두 순교한 분이었습니다. 또한 일찍부터 순교 보고서가 상세히 기록된 것도 103위 복자들이 시성 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103위 순교 성인 중에서 가장 나이 어린 성 유대철 베드로 성인을 잠깐 소개 하겠습니다. 유대철 성인에게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배교한 회장에게) “저와 같은 어린 사람에게 갖가지 고통을 굳세게 참아 내라고 권면해야 하실 텐데, 주객이 전도되었으니 이것이 웬일입니까? 빨리 회개하여 예수님을 위해 죽으십시오.” 유대철 성인은 1839년 기해박해로 교수형을 받아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때 나이 겨우 13세였습니다.
성 유대철은 서울의 유명한 역관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성인은 가톨릭 신앙을 거부한 어머니에게도 언제나 지극한 효성을 보였습니다. 박해가 시작되자 마음속에 순교하고자 하는 열렬한 욕망이 생겼다고 기록은 전합니다. 성 유대철이 옥에 갇히자 옥사장들은 ‘배교한다’는 말을 한마디만이라도 하게 하려고 갖은 혹형을 가하였습니다.
하루는 포졸이 구리로 된 담배통으로 허벅지를 들이박아 살점을 한 점 떼어내면서 “이래도 천주교를 버리지 않겠느냐?”고 소리쳤다. 그러자 성인은 “그럼요. 이것쯤으로 배교할 줄 아세요?”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자 포졸은 벌건 숯덩이를 집어 들어 입을 벌리라고 하였습니다. 성 유대철은 “자요” 하고 입을 크게 벌리자 포졸들은 놀라 물러나고 말았다고 순교록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문을 당한 끝에 까무러친 유대철을 데려와 다른 죄수들이 정신이 들게 하느라고 허둥지둥할 때 정신이 든 성인의 첫마디는 “너무 수고를 하지 마시오. 이런 것으로 해서 죽지는 않을 거예요”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에 포졸들도 놀라워했다. 또 언제는 자기 몸에서 헤어져 매달려 있는 살점을 떼어서 재판관들 앞에 던지며 웃자 관원들은 모두 치를 떨었다고 합니다.
더욱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유대철 성인의 아버지가 성 유진길 아우구스띠노입니다. 부자(父子) 성인입니다. 성 유진길은 신부만큼 거룩한 생활을 하며 저명한 학자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을 개종시켰고 아들 성 유대철의 입교를 이끌었습니다. 유대철은 아버지 유진길이 옥에 갇히자 1839년 8월 자수해 아버지를 뒤따랐습니다. 이 외에 103위 순교 성인들에게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사연들이 있습니다.
우리 성당의 수호성인 축일을 지내면서, 저는 이민 생활 가운데서 우리 자신들이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할 것들이 많이 있지만, 순교 성인을 신앙의 선배로 두고 살아가는 것 역시 가슴 뿌듯한 사실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간간이 자녀들이나 손자, 손녀에게 한국 순교 성인들 이야기도 들려주시면 살아있는 신앙 교육이 될 것 같습니다.
본당 수호성인 대축에 본당 교우분들이 서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본당 발전을 위해 순교 성인들에게 기도하는 한주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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