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6주일 강론

 날씨가 많이 포근합니다. 이러다가 겨울이 다 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토요일은 한국의 구정()이었습니다. 이민 생활을 하다 보면 지나가는 세월과 시간이 너무 빠르고 그러다 보니 고국의 명절도 잊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음력 설을 맞이하여 조상님들을 위해 연도 한번 바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디를 살아도 뿌리를 기억하고 그 뿌리에 대한 교육을 자손들에게 전수하는 것은 소중하고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연중 6주일 복음 역시 지난주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뽑으시고 전교 여행을 하시면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고 그 선포의 방법의 하나로 병자들을 치유하시는 기적을 보여주십니다. 이 치유 기적은 지난주 강론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하느님 나라 선포의 한 방법입니다. 이 기적은 하나의 수단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떠한 기적도 하느님 나라 선포를 대신 할 수는 없습니다. 예수님의 고향 나자렛 사람들은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였기에 고향 사람들에게는 치유기적이나 구마기적을 많이 베푸시지는 않으셨습니다.(마태 13,54-58; 마르6,1-6; 루가 4,16-30). 또한 예수님은 고향사람들의 불신앙을 보고 놀라셨다고 세 복음서는 기록하고 있습니다(마태 13,54-58; 마르6,1-6; 루가 4,16-30). 기적을 목격하면서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하는 사람들과 그 지방에는 많은 축복과 은총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 이어서 오늘은 나병환자 한 사람을 치유해 주십니다. 지난주 복음이 가파르나움 지방의 모든 병자와 마귀 들린 사람들의 치유라면, 오늘은 한 개인의 치유만을 베풀어주십니다. 그 치유는 세상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완전히 끊어져 소외된 삶을 살아온 나병환자입니다. 이 나병환자를 치유해 주셔서 사람들에게로 돌려보내 십니다.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게 해 주셨습니다.

 

오늘 제 1독서에서 나병의 증상에 대해서 나옵니다. “살갗에 부스럼이나 습진이나 얼룩이 생겨, 그 살갗에 악성 피부병이 나타나면...” 오늘날의 의학용어로 한센병이라고 하는 나병을 말합니다. 성경에서는 우리가 과거에 흔히 말했던 문둥병뿐만 아니라 온갖 종류의 피부병을 나병(Leprosy)이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나병은 이미 구약성경에도 언급된 전염병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랜 병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 나병은 불결할 뿐 아니라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나병환자는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을 피하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가오면 부정한 사람이요. 부정한 사람이요.”라고 외쳐서 사람들이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하였다고 합니다. 예루살렘과 기타 성곽 도시에는 들어가지 못했고 다른 곳에서 따로 살아야 했습니다. 과거 의학이 발달하고 새로운 약이 개발되기 전까지 전 세계 많은 곳에서 나병환자들이 따로 모여 사는 곳이 많았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에 국립 소록도 나병 전문 병원을 많이 아실 것입니다. 지금도 의학이 발달하지 못한 나라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마르코 복음서에는 단 한 번 나오는 나병 치유 기적 말씀입니다. 오늘 나오는 이 나병환자의 모습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가 예수님께 다가와서 무릎을 꿇고 말합니다. 예수님께 다가오는 이 사람의 마음 상태를 자세하게 보시기 바랍니다. 이 사람이 우리 자신이라고 바꿔보십시오. 우리라면 예수님께 다가가서 무엇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까? 어떤 자세를 취하면서 말씀 드리겠습니까? 복음에 나오는 그 나병환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이 사람에게는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고 친구를 만날 수 있고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을 것입니다. 간절함을 너머 절박함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무릎을 꿇고 얼굴을 땅에 붙이면서 자신을 한껏 낮추었습니다. 또한 예수님에게 대한 믿음이 너무 강하였습니다. 그 믿음과 절박함을 예수님은 그의 말과 행위를 통해 이미 간파하였습니다.

 

나병환자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갔으면 합니다. 행복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 사람이라도 간절함과 절박함이 우리를 변화시킵니다. 물론 굳건한 믿음 위에 서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튼튼한 믿음의 토대 위에 매 순간 간절함과 절박함을 가지고 주시는 은총에 감사하면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만났던 이 나병환자는 오늘도 우리에게 다가 옵니다.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감사하며 살아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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