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나무 ( 연중 제 8주일 )

                                                                          좋은 나무

연중제8주일

 

연로하신 어떤 신부님이 강론 때 고백하셨습니다.

 

"나이가 드니 어디 아프지 않은데가 없습니다. 생활하는데 불편하고 신경은 예민해지고 고통까지 느껴져 때때로 주위 사람들에게 까칠하게 대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는 노모가 계십니다. 하루는 어머니가 많이 슬퍼하셨습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어린이들이 자기를 무서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어릴 때 병을 앓아 얼굴이 곰보가 되셨는데 아이들이 그런 어머니를 무서워한 것입니다.

 

곰보라도 평생 남을 배려하고 기도하는 삶을 사신 어머니가 슬퍼하시는 것을 보면서 저는 크게 뉘우쳤습니다. 저는 제 한몸만, 제 불편, 제 고통만 생각하며 자기연민에 빠져 다른 사람을 보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자기중심에서 바라보는 것과 어머니가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은 근본적으로 아주 다른 것이었습니다. 부끄러울 따름이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들보는 건물을 지탱하는 구조물로 크기 때문에 대()들보라고 하고 영어로는 빔(beam)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큰 것이 내 눈 속에 있는데 어째서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요? 대신 상대방 눈 속에 있는 티(splinter)는 왜 보이는 걸까요?

 

자기연민(Self-pity)이란 ', 불쌍한 내 인생'에 취한 상태입니다. 나만 불쌍하고 나만 힘들고 나만 외로운 사람은 자기중심에서만 바라보고 끊임없이 자기를 합리화하고 '왜 나만?'에 갇혀 있습니다. 그러니 자기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만 보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먼저 자기 눈에 들보를 보라고 하십니다. 자기연민에 허우적거리지 말고 제삼자의 눈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라고 말입니다. 때론 착하고 훌륭하지만 얼마나 자주 이기적이고 욕심많고 남을 시기하고 미워하다가 결국 찌질해지는지 자기 눈으로 보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좀 더 자세히 알려면 다음 세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면 됩니다. "나는 친절한가? 나는 진실한가? 나는 쓸모가 있는가?"

 

예수님은 좀 더 쉽게 묻습니다. '너는 좋은 나무인가 아니면 나쁜 나무인가?' 우리는 어떤 나무든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자기 인식에서 비롯한 말을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 마음에는 온갖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함께 있습니다. 한 곳간 안에 선한 것도 있지만 악한 것도 있습니다. 어떤 것을 내놓을지는 우리 선택입니다. 어떤 말을 할지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1독서의 말대로, 어떤 이와 대화를 나누고나서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든다면 체로 친 뒤에 찌꺼기가 남은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이해받고 존중받았다고 느낀다면 그 대화는 좋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쪽에서 귀를 기울여 들었기 때문입니다. 경청은 옹기장이의 그릇이 불가마에서 단련되듯이 계속 수련해야 하는 어려운 것입니다. 우리가 자기중심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말은 적을수록 좋습니다만 꼭 해야 한다면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처럼, 상대방을 위해 영적으로 유익하고 격려하고 도움이 되는 말만 하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좋은 나무로서 좋은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세가지 말만 하십시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이것을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썼습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무질서하게 지내는 이들을 타이르고 소심한 이들을 격려하고 약한 이들을 도와주며, 참을성을 가지고 모든 사람을 대하십시오. 아무도 다른 이에게 악을 악으로 갚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서로에게 좋고 또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을 늘 추구하십시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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