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안드레아 김대건 사제와 성 바오로 정하상과 동료순교자 대축일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 가을이 왔음을 느낍니다. 한낮에는 그래도 덥기도 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많이 나기도 합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목요일에는 봉성체를 갔다 왔습니다. 로리엔 병원에서 오랫동안 계셨던 김경인 에스터 자매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본당 시니어 아파트에 사셨는데 제일 먼저 로리엔 병원에 가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자매님을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한국 순교성인들 대축일입니다. 그리고 본당의 주보성인 대축일 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한국에서 첫 신자가 된 이승훈 베드로에 대해서 잠깐 알아보겠습니다.

 

이승훈은 서울 남대문 중림동에서 태어나, 장성하여 마재의 정재원(丁載遠)의 딸을 아내로 맞아 정약전약현·약종·약용과 처남 매부 사이가 되었습니다.

1780년 진사시에 합격하였으나 벼슬을 단념하고 학문에만 전념하였다. 이때 북경으로부터 들어온 서학(천주학)이 남인 소장학자들 사이에 활발히 연구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도 역시 서학에 접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서학 모임의 중심 인물인 이벽(李檗)과도 자연 친교를 맺어 천주교를 알게 되었다. 1783년 동지사의 서장관(書狀官, 사절 감독관)으로 떠나는 아버지를 따라 북경에 들어가 약 40일간 그곳에 머물면서 선교사들로부터 필담으로 교리를 배운 뒤, 그라몽(Gramont) 신부에게 세례를 받아 한국인 최초의 영세자가 되었습니다.

1784년 수십 종의 교리서적과 십자고상(十字苦像묵주(默珠상본(像本) 등을 가지고 귀국하여 이벽·권일신·정약용 등에게 세례를 주고 그들과 상의하여 명례동(명동)의 김범우(金範禹) 집을 신앙집회소로 정하고 정기적인 신앙의 모임을 가짐으로써 비로소 한국천주교회가 창설되었습니다. 이승훈 베드로는 이후로 여러 활동을 하면서 배교하였다가 회개하여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순조가 즉위한 1801년 신유박해로 이가환·정약종·홍낙민 등과 함께 체포되어 48일 서대문 밖 형장에서 대역죄로 참수되었습니다.

 

한국 천주교의 시작은 세계 어느 교회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인도로 선교사가 들어와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평신도가 직접 사제를 찾아가서 교리를 배워 신자가 되어 시작된 교회입니다. 이런 전례는 세계 교회사에 찾아볼 수가 없는 아주 특이한 경우입니다. 또한 특이하면서도 재미있는 것은 이승훈 베드로가 조선으로 돌아와서 배운 교리를 같이 공부하던 남인 소장학자들에게 가르치면서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조선천주교가 출발하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이승훈을 비롯한 지도부들은 자기들끼리 이승훈이 북경에서 본 가톨릭교회 교계제도를 스스로 만들어 사제가 되고 주교가 되면서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 모임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소위 가성직제도라는 것입니다. 그 후에 북경에 가서 활동을 보고하면서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되었고 바로 철회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후부터는 성직자 영입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시작은 미비하면서도 어리석음도 있었지만, 하느님의 섭리는 오묘하게 작용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제사 해석 문제로 인해 100년 동안 이루어질 박해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였습니다. 모질고 혹독한 박해 속에서도 괴멸되지 않고 살아남게 하신 하느님의 또 다른 섭리를 후손들은 볼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한국교회를 이끌어 오셨습니다.

오늘 주보성인 대축일을 지내면서 우리 본당 공동체의 상황과 우리 자신의 신앙생활을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1972년에 한국어 미사를 시작하면서 시작된 우리 공동체는 1989년에 볼티모 교구로부터 정신 인가를 받아 보편교회의 일원이 되면서 발전하여 왔습니다. 여러 가지 시련도 있었지만 그래도 교우들의 믿음이 단단하였기에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입니다. 아직도 과거의 여러 가지 일과 인간관계에 고착되어 있다면 정말로 어리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본당은 현재 중요한 갈림길에 있다고 봅니다. 더 전진하여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여기 그대로 주저앉을 것인지 중요한 시점에 있습니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신앙공동체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끝날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점입니다. 교우분들의 과거에 지니셨던 열정을 다시 한번 더 발휘해 주셔서 후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본당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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