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16 주일 강론

 7월도 중순을 넘어 하순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더운데 우리 교우들 고생이 많으십니다. 더위와 잘 싸워 건강을 유지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지난주 복음인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 말씀에 이어서 나오는 비유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라지의 비유, 겨자씨의 비유, 누룩의 비유와 가라지의 비유를 설명하시면서 우리에게 좋은 씨앗이 되어 좋은 열매를 맺어 하느님 앞에 설 수 있도록 독려하는 장면입니다.

교우들의 가정을 방문할 경우, 정확한 주소를 가지고 가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 집 근처에 가서 찾을 때, 교우 집인지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집 앞에 고추나 상추, 부추, 방울토마토를 심겨 있는 집은 분명히 한국분이며 교우 집입니다. 미국 분들이 고추나 상추, 부추를 심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작은 농사지만 정말이지 정성을 많이 기울이는 것을 보곤 합니다. 작은 밭이지만 잡초 하나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성당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도 밭농사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가라지의 비유를 들어 밀밭에 밀알을 뿌렸지만, 주인이 자는 동안에 원수가 와서 밀 가운데에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다.”고 말씀하십니다. 성서학자들에 따라서 오늘 비유 말씀에 대해서 출처에 대해서 논쟁도 하기도 하지만 이 말씀은 마태오가 마르코 복음의 비유 말씀을 참작하여 창작하였다고 합니다. 밭 주인은 가라지를 미리 뽑지 않고 추수 때까지 기다려서 한꺼번에 정리하자고 합니다. 그래서 밀과 가라지를 정확하게 분리하여 밀은 탈곡하여 창고에 저장하고 가라지는 불에 태운다고 합니다. 예수님 당시에 농부들은 밀이삭을 자른 다음에 밀 줄기와 가라지는 들판에서 태워버리거나 함께 모아 아궁이 땔감으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라지 열매는 따로 거두어서 닭 모이로 쓰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마태오는 이 비유 말씀을 통해 예수님과 더불어 하느님 나라가 도래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그리스도인()도 있고 비그리스도인(가라지)도 있는 현실을 이해시키고자 하였습니다. 마태오가 복음서를 쓸 무렵에 그리스도교는 이스라엘과 완전히 결별하고 만백성을 상대로 전도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의 핵심 내용은 예수님의 구원 메시지 안에서는 인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수님 시대에는 이스라엘이 로마 제국의 식민지였기에, 식민지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단체들은 급진적으로 독립을 쟁취하고자 하였습니다.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열망만 가지고 투쟁하려는 단체를 말합니다. 또한 바리사이파 같은 단체는 자기들의 판단 기준으로 죄인들을 구별해 내는 일에 너무 설급하고 너무 집착하여 예수님이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면서 죄인들을 심판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과 어울리는 것 때문에 예수님을 비판하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 예수님의 제자들 역시 그런 경향들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사마리아 동네에 들어가려는 순간, 마을 사람들이 예수님 일행을 거부합니다. 이에 격분한 요한과 야고가 사마리아인들에게 하늘로부터 불을 내려 태워저리자고 예수님께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루가 9,25-56). 이들에게는 인내가 부족함과 예수님의 구원 의지를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세상에만 밀과 가라지가 있는 게 아닙니다. 교회 안에도 밀과 가라지가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누가 밀이고 가라지인지는 하느님만이 참되게 구별하십니다. 좋은 밀이었던 자신이 어느순간 가라지가 될 수 있고, 모두로부터 가라지라고 비난받던 사람이 좋은 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유한성을 가진 존재이기에 그 유한함을 인정하는 순간 좋은 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좋은 밀이 되도록 창조하셨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 스스로가 환경을 탓하며 남을 탓하며 스스로 가라지로 변화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주 복음에서 좋은 땅을 만들어 많은 열매를 맺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자고 하였습니다. 오늘 복음 역시 가라지보다는 좋은 밀이 되어서 하느님 앞에 설 수 있도록 한 주간 살아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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