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캐나다의 산불로 미국 동북부 지역이 온통 연기로 뒤덮여 있는 상항입니다. 우리 볼티모 지역도 예외는 아닐 수 없기에 교우들께서 조심하셔야 합니다.

교우들께서 성당 이전 문제로 문의를 많이 해 오셨습니다. 여러 곳을 알아보았지만, 주차 문제가 제일 큰 문제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현지 우리 성당을 빌려서 계속 거주하기로 하였습니다. 결국 돌고 돌아서 현재의 장소로 인도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걱정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교우들께도 깊은 고마움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이 대축일은 가톨릭교회만 가지고 있는 대축일입니다. 지난주 삼위일체 대축일은 가톨릭을 포함한 모든 그리스도교에서 믿고 고백하는 신앙 대축일이었다면, 오늘 지내는 성체 성혈 대축일은 가톨릭교회만 가지고 있는 축일입니다. 비록 성공회 교회도 미사 때마다 성체를 축성하여 성체를 모시지만, 실체 변화가 아니라 사제의 축성이 상징적으로 변화한다고 믿습니다. 우리 가톨릭교회의 교리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초대 교회에 관련한 책들을 보면, 로마제국 박해 시대에 지하 묘지(카타콤바)에 모여서 성찬례를 거행하는 모습을 염탐하던 사람이 보고하기를, 그리스도교는 사람의 몸과 피를 먹는 아주 야만스러운 종교라고 보고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을 지금처럼 인용하는 것을 보고, 몸과 피를 받아먹고 마시는 행위를 아주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종교라고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교회 신앙에 있어서 이 성찬례를 거행하지 않고서는 성체성사를 거행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성체성사는 바로 미사를 의미하는 것이고 미사 참여야말로 진정한 하느님께 드리는 경배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성체성사는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누어 먹고 마시는 행위입니다. 이 행위는 사람들이 만든 제도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직접 설정하신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마태 26 ,26-30. 마르14, 22-26. 루카22, 14-20. 1코린11, 17-26). 세 복음서 뿐만 아니라 코린트 1서에도 나오는 말씀입니다.

성체성사의 거행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먹는 행위인 식사(食事)를 말하는 것이고, 이 식사를 함께하는 사람을 우리는 식구(食口)라고 합니다. ‘식구라는 말은 가족이라는 말과도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식구의 사전적 의미는 한집에서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 또는 한조직에 속하여 함께 일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우리의 대장으로 모시고, 그분의 몸과 피를 매일 혹은 매주 받아 모시는 한 조직이기 때문에 식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 세상에서 친교를 가장 빠르게 맺을 수 있는 수단은 함께 음식을 먹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서로에게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친교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누고 있기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친교를 나누고 형제, 자매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 식구이고 가족입니다.

 

오늘 우리 본당의 식구와 가족들이 먼저 성체성사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누는 신앙적 관계를 맺고, 그다음 신앙적 친교 안에서 인간적인 친교를 나누는 식사를 합니다. 오랜만에 하는 식사 친교입니다. 음식을 나눈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 사랑을 보이는 것입니다. 음식을 나눈다는 것은 함께 먹는 상대방에게 나 자신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가졌던 선입견들을 털어 버린다는 의미입니다. 누구나 완벽하게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위선과 가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러한 위선과 가식을 정화할 수 있는 시간은 하느님과의 관계인 신앙적 친교를 맺고 다음으로 인간적인 친교 안에서 확실하게 정화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음식을 나누는 과정 안에서 서로를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친교에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배웠습니다. 또한 인간적 친교인 식사 안에서 대화를 통해사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경험 등을 통해 서로를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과 행동, 신앙의 차이 인정하면 우리의 마음이 따뜻할 것이고 또한 나의 사랑과 애정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나아가서 우리 자신의 생각의 폭을 넓게 만들어주고 배려심을 가지게 할 것입니다.

당신의 몸과 피를 통해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께 감사드리고 신앙 공동체 형제애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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