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8주일 강론

 지난주는 며칠 동안 비가 내렸습니다. 계속되는 비로 외부활동을 하지 못함으로써 몸과 마음이 많이 위축되었습니다. 계속되는 비로 인해 성당에도 몇 군데가 비가 떨어지고 조금은 불안함이 생기기도 하였습니다. 날씨가 당분간은 좋다는 예보입니다. 가을 햇살을 많이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지난주에는 안타깝게도 우리 본당의 자매님 한 분이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장례미사에 본당의 교우들과 온리 성당의 교우들께서 많이 참석하셔서 가시는 길이 쓸쓸하지는 않았습니다. 지속적인 기도 부탁드립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10명의 나병환자를 치유해주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나병(leper)은 구약성서에도 나오는 질병으로 인류 역사와 함께하여 왔습니다. 레위기 1345-46, 민수기 52-4은 악성 피부병, 즉 나병에 걸린 사람에 대한 지침이 나옵니다. 나병에 걸린 사람은 가장 먼저 공동체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이것도 일종의 전염병이기 때문에 함께 생활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병은 양성과 음성으로 나누어지는데 양성에 있는 사람과 접촉하면 전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음성으로 판정된 사람에게서는 전염성은 없습니다.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의 나라에서는 아직도 나병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의학의 발달로 이제는 더 이상 염려해야 할 병은 아니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과거에는 나병이 많이 발병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나병하면 소록도(小麓島)를 많이 생각합니다. 과거 19845월에 성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소록도를 방문하셔서 용기와 사랑을 주셨습니다. 구약시대부터 이 나병은 하늘이 내린 벌이라고 하였습니다. 나병에 걸리면 공적인 죄인이 되는 것이고 공동체에서 떨어져서 살아야 했습니다.

복음의 시작에서 10명의 나병환자는 사람들 가까이에서 지나가시는 예수님을 부르지 못하고 멀찍이 서서 소리를 높여 말하였다고 합니다. 현재에도 양성 나병환자들이 가까이 오는 것을 꺼리는 것처럼, 예수님 당시에도 나병환자들은 일반 사람들 가까이 가지 못하였습니다.

 

복음에 나오는 나병환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으면 합니다. 그들이 언제부터 나병에 걸렸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가족과 떨어져 살아왔고 정상적인 사람의 생활을 하지 못하였으며 공적인 죄인으로 너무나 비참한 사람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한가지 나병으로부터의 해방되어, 치료되어 다시 가족의 품으로, 친구들의 품으로, 인간 공동체로 들어가서 인간의 품위와 존엄성을 다시 찾는 것이었습니다. 의학의 도움을 받아 완쾌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메시아라고 하는 또는 스승이라고 하는 예수라는 분이 지나간다는 소문을 듣고 그분이 가시는 길에 멀찍이 서 있습니다.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고함을 칩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이제 더는 살 희망을 잃는다는 생각으로 목청껏 고함을 칩니다. ‘스승님 저희를 고쳐주십시오.’가 아니라 예수님, 스승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라고 소리칩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사정을 모르시겠습니까? 예수님께서 그들이 어떤 대접을 받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모르겠습니까? 당연히 당신의 권능으로 자비를 베풀어주십니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습니다. 머리에 손을 얹어주시지도 않고 그저 가서 사제들에게 너의 몸을 보여라.”라고 만 하십니다. 이 말에 그들은 어떠한 말도 없이 사제들에게 갔습니다. “가는 동안에 몸이 깨끗해졌다.”라고 복음서는 전합니다. 그들 인생이 달라집니다. 가족에게로 당당하게 갈 수 있고, 친구들에게도 떳떳하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인간 공동체에 들어가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통 사람으로 돌아왔습니다. 너무나 즐거운 나머지 그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잊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사마리아 사람만 고마움의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굿이 예수님은 이 외국인만이라고 언급하십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9명은 다시 나병이 발병하였을까요?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이 그렇게 쪼잔한 분이 아니십니다. 다만 우리 삶에서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행위를 잊어버린 우리에게 일침을 가하시면서 나머지 9명을 언급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나병에서 완쾌된 사마리아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전혀 고마움과 감사를 모르는 9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10명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숫자의 10명이 아니라 많은 수를 의미합니다. 많은 사람이 하느님의 자비를 입고 살지만, 그 자비에 얼마나 감사의 기도를,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기도의 시작을 감사의 기도로 하시고 마지막에는 나병환자들이 외쳤던 자비를 베풀어주소서라고 기도하시면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것입니다. 주님께 자비를 베풀어주심에 감사하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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