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4주일 강론

9월의 셋째 주일, 본당의 주보 축일을 맞아 야회 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다른 해와 달리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 순교자들 대축일을 당겨서 하지 않고 한국 교회는 늦추어 22일 주일에 지내게 되었습니다. 우리 본당에서도 한국 교회 전례력에 맞추어서 오늘은 연중 24주일 미사를 지내고, 다음 주 22일 주일에 본당 주보 축일 미사를 하도록 합니다. 특별히 오늘 미사는 한국의 추수 감사절인 추석을 맞이하여 조상들을 위한 합동 위령 미사를 거행합니다. 미사 중에 하느님 곁으로 가신 조상님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자비하신 하느님께서 조상님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시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봉헌 예절 중에 합동 분향이 있겠습니다.

 

연중 24주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의 정체성에 관해서 물으십니다. 사람들이 당신을 누구하고 하는지 먼저 제자들에게 물으시고, 그 물음 제자들에게 물으십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하고 하느냐?” 이 물음은 비단 예수님과 함께 다니던 제자들뿐만 아니라 현실에 있는 우리 자신에게도 묻고 계십니다. 이 물음에 제자들을 대표해서 베드로 사도가 나서서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하고 대답합니다. 이 대답은 베드로 사도 개인뿐만 아니라 함께 있던 사도들과 현실의 우리 고백이기도 합니다. 고백이어야만 합니다.

 

성서학적인 차원에서 보면, 베드로 사도의 고백에 대해서는 역사적 신빙성은 적다고 봅니다. 오히려 이 베드로 사도의 고백은 예수님 공생활 중에 나온 사실이기 보다는 예수님 부활 이후 초대교회의 신앙고백이라는 인상이 짙습니다.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사건들을, 특히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 사건을 선포하고 믿었습니다.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수님의 정체를 밝히면서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예수님은 그리스도이시다.”라고 환성을 질렀다고 합니다. 성서학자들은 베드로 사도의 답변은 바로 이 환성의 변형이라고 합니다. 이 환성이야말로 가장 깊이 있는 신앙고백입니다.

 

예수님은 베드로 사도의 답변을 들으신 후, 당신이 겪어야 할 다가올 운명에 대해서 말씀하시지만 제자들은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이해하지 못한 상황을 베드로 사도가 대신 나서서 말하면서 큰 꾸지람을 듣습니다. 또한 베드로 사도의 고백에 이어서 그 고백에 따른 제자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이 말씀은 단순하게 예수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삶의 형태에서도 나타나야 함을 말씀하십니다. 그 삶의 형태는 우리가 지고 가야하는 십자가입니다. 공교롭게도 예수님은 신앙고백의 대가로 축복이 아니라 고통의 상징인 십자가를 제시하십니다. 이 십자가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묵상해 보면 좋겠습니다. 좋은 묵상 거리가 됩니다.

 

저는 이 축복이 아닌 십자가의 의미는 다름 아닌 예수님의 제자가 됨으로써 이제까지 가져 왔고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라는 말씀으로 묵상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버리고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다르게 표현하면 자아를 부인하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자기 자신의 속박에서 나와서 오직 가지셨던 마음과 정신을 가지고 현실에 살아라는 말씀입니다. 단순하게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는 말씀에서, 우리 삶에서 다가오는 시련과 고통을 상징하는 십자가가 아님을 알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가지고 살아왔던 나 자신의 세계를 버리고, 예수님의 세계로 들어오라는 말씀입니다. 정말로 어렵고 힘든 명령입니다. 어떻게 나를 버리고 오직 예수님의 마음과 정신으로만 이 세상을 살 수 있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예수님께로 다가가는 것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십자가입니다.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 안에 셀 수 없는 성인, 성녀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이 바로 예수님 세계로 들어가서 살았던 분들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김대건 신부님이 그러하셨고 정하상 성인과 101분의 성인들이 그렇게 살았습니다. 예수님 삶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성인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임을 기억하고 한 주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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