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낮에 쬐는 햇빛으로 기분이 좋은 가을 날씨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 본당은 연중 제25주일 미사를 하지 않고, 우리 본당의 주보들이신 한국 순교자 대축일을 맞이하여 화요일 미사를 오늘 주일에 봉헌합니다. 또한 오늘 우리 본당에서는 성인 18분과 청소년 11명이 볼티모대교구 William E. Lori 대주교님으로부터 견진성사를 받습니다. 견진성사를 받는 분들이 하느님의 축복과 앞으로 신앙생활을 더욱 견고하게 하며 살아가도록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특별히 우리 청소년들이 신앙을 잃지 않고 하느님께 의지하면서 행복하고 보람된 삶을 살아가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오늘 우리가 경축하는 한국순교자들 특별히 성 김대건 신부님과 성 정하상 바오로, 동료순교자들은 198456일에 성 요한바오로2세로부터 성인품에 올라서 보편교회의 모든 신자들이 920일에 순교자들을 기념합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한국에 가톨릭교회에 처음 들어온 것은 1784, 이승훈(베드로)이 중국 베이징에서 프랑스 사람 그라몽(Grammont)신부님에게 세례를 받고 돌아오면서 가톨릭교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승훈은 조선으로 돌아오자마자 많은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었고, 지금의 명동 성당 부근의 명례방에서 정기적인 신앙 집회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아주 특히하게 세계 교회사에 기록되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외국 선교사에 의해서 조선 땅에 가톨릭교회가 전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 스스로 가톨릭교회의 신앙을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세계 교회사 안에서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사건 일 것입니다. 가톨릭교회가 조선 땅에 들어올 당시 우리나라는 국가와 사회의 이념적 근본을 유교에 두고 있었으며, 그 사상과 실천은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의 바탕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실학파 학자들은 중국을 통하여 전래된 서적과 함께 접하게 된 새로운 종교, 곧 가톨릭의 가르침에서 새로운 인생과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말씀과 행적으로 인간에게 영원한 행복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 주셨는데, 사랑과 평등과 자유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이 가르침은 당시로서는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신분과 계급의 질서를 하늘의 뜻으로 여기며 살았던 당시에, 하느님 앞에 만인은 평등하고 모두 하느님의 자료로서 한 형제이며 자매라는 가르침은 양반과 천민, 남자와 여자라는 엄격한 신분 차별이 있던 사회에서 참으로 획기적이었습니다. 한국의 가톨릭교회의 역사는 박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당신 가톨릭교회가 가르치는 것은 기존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위험 세력으로 판단한 지배층은 가톨릭 신자들을 부노도 나라님도 모르는 대역무도의 무리 또는 사학죄인으로 몰아 온갖 박해를 하였습니다. 신앙의 자유를 얻기까지 무려 100년 동안 네 번에 걸친 커다란 박해로 수많은 순교자가 생겨났습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선교사 영입가 성직자 배출을 위하여 힘쓰던 당신 조선 천주교회는, 1845년 김대건(안드레아)이 중국 상하이 금가항 성당에서 페레올 주교에게 사제품을 받음으로서 최초의 조선인 사제를 맞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김대건 신부님은 귀국하여 일 년도 채 안 된 이듬해에 체포되어 순교하였습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은 예수님의 기쁜 소직을 우리 민족과 함께 나누고자 혹독한 박해를 견디고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배교(背敎)하겠다라는 한마디만 하면 단란했던 가정, 잃었던 명예와 가산을 되찾을 수 있었지만, 그들은 예수님의 사랑을 드러내고, 그분의 가르침대로 사랑을 실천려고,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고 목숨까지 바쳤습니다. 이렇게 신앙을 고백했던 많은 순교자들 가운데 103분은 198456일에 성인품에 올랐고, 124분은 2014816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의해서 시복되셨습니다.

 

우리는 비록 머나먼 이국땅에 뿌리를 내리면서 살고 있지만, 한국 사람으로서, 가톨릭신자로서 순교자들의 후손임은 분명합니다. 19845월에 성요한바오로2세께서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전용비행기에서 내리시자 마자 땅에 입맞춤을 하시면서 순교자들의 땅, 순교자들의 땅이라고 두 번이나 말씀하시면서 땅에 입맞춤 하셨다고 합니다. 너무나 벅찬 감동이었습니다. 그 땅에서 우리는 태어났고 자랐고 지금이 이 땅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순교자들의 후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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