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미사 강론(연중 제5주일)

오늘은 연중 5주일 입니다. 그러나 우리 본당에서는 음력 설 명절 미사를 봉헌합니다.

설 명절이 이번 금요일 12일이지만 본당 공동체가 주일 미사에서 조상들을 위해서 함께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살아 있는 우리에게 축복해 주시기를 청하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작년 추석 명절 미사를 주일에 함께 모여 봉헌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추석 명절과는 다르게, 오늘 우리가 지내는 설 명절은 올 한해를 하느님께 봉헌하며 우리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계시는 조상들께 인사드리고 후손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도록 청하는 의미 있는 행위입니다.

 

음력 설명 절을 영어로는 Chinese new year라고 합니다만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Lunar new year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의미입니다. 음력 설 명절을 지내는 나라가 한국, 중국과 베트남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설이라는 말은 정월 초하루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미 고대로부터 널리 쓰여왔고, 그것은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미로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는 먼 이국 땅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른 곳에 살면서도 민족의 고유한 명절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이러한 고유한 명절도 이민 1세대나 1.5세대가 지나면 아마도 모두 잊히고 할아버지나 아버지 나라의 일로 생각하고 그냥 넘겨버리는 경우가 앞으로 올 것이라는 불안한 생각도 듭니다. 뿌리를 잊어버리고 산다는 것은 정말로 불행한 일이고 개인의 정체성을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민 생활 중에서도 한국 사람의 고유한 명절을 기억하는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유대인들이나 중국인들은 어디에 살아도 자기의 말과 문화와 고유한 풍습은 꼭 지킨다고 합니다. 비록 지금은 과거와 다르게 많이 퇴색되었다 하더라고 그 명맥은 끝임없이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진지하게 한번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우리 고유의 명절을 나름대로 지킨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 주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이러한 풍습을 지켜 유지한다는 것은 조상들과 현재의 우리 자신과 후손과의 유대(bond) , 조상과 현재의 나와 후손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아무리 먹고살기 바쁘다 하더라도 후손들에게 교육하고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무리 학식이 깊고 경제적 부유를 누린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절대 미국 백인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정체성을 확고하게 지키며 학식과 경제적 부를 추구하면서 당당하게 살 때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분들도 아주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체성을 지키고 과거,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게 해 주는 제일 좋은 매개체는 신앙입니다. 조상에 대한 예를 지키고 현재를 살고 미래를 함께 준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앙을 잘 살려 나가는 것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조상에 예를 다할 수 없는 현실에서 정체성을 지키고 조상에 예를 다할 수 있는 것은 명절에 가족이 다 함께 미사에 참여하여 과거와 현재 그리고 후손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세요.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함께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 소중하고 가장 가치 있는 시간을 잊어버리지 않아야 되겠습니다.

 

오늘 설 명절 미사의 복음은 루가 복음을 읽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행복한 종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행복한 종은 다름이 아니라 현실을 충실히 사는 종입니다. 자기의 정체성을 정확히아는 사람입니다. 종으로서의 정체성은 주인에 대한 충실성입니다. 그 주인이 종에 대한 신뢰심를 가지게 되면 그 종은 행복합니다. 그래서 그 주인은 종을 자기 식탁에 불러서 같이 식사하면서 그 종을 위해 봉사하는 은혜도 베풀어 줍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창조물로서 하느님께 속한 종들입니다.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주님께 내어 드리고 그저 하느님과 현실에 충실한 것이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시는 행복한 종입니다. 우리 자신은 하느님이 주신 우리 정체성을 지켜나가며 하느님께 충실하고 우리 조상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후손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그들을 교육하고 현실에 충실하도록 합시다.

설 명절을 지내면서 교우분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담아 인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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