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4주일 강론

 가을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줍니다. 가을 바람에 하느님께서 주시는 좋은 기운도 받으시고 마음에 묻고 있는 미움과 섭섭함, 분노들을 날려보내시면 좋겠습니다.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은 우리 영혼을 싱거럽고 신선하게 해 줍니다. 가을의 좋은 바람 많이 맞기 바랍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인간 생활 안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베드로 사도의 용서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십니다. 그 대답은 한계없이 할 수 있는대로 많이 용서해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정말로 어려운 지시이기도 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단 조건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 말입니다. 제3자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이해가 가고 수긍도 하고 당연히 그래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 자신과 관련될 경우에는 이전까지 이해해 왔고 수긍해 왔던 것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오직 나 자신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이해 합니다. 그래서 절대로 용서할 수 없고 그냥 너그럽게 넘어갈수 있는 것이 아니고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시는 '용서'는 신약성서 원문에는 aphienai라고 하고 그 명사형은 aphesis라고 합니다. 용서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언제나 항상 하느님에 관한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이고, 언제나 다른 사람을 용서할 준비를 해야하고 요구가 있을 경우에는 용서 해야됨을 의미합니다. 이 용서의 기본은 예수님의 구원 행위이며 그래서 예수님은 그 많은 용서를 베풀어 주신 것입니다.

 

 어찌보면 우리는 예수님께서 비유에서 말씀하신 두 빚진 종의 비유에서 첫번째 종은 용서받았지만 다른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는 무자비한 종에 해당 될수 있습니다. 내가 필요한 용서는 언제나 어디서나 부끄러움없이 용서를 빌지만 나에게 잘못한 상대방에게는 용서를 베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인간의 삶에서 용서는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참을 수 없는 것이고 용서를 했다고는 하였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미움이 항상 도사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오늘 말씀에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용서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하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시간을 두십시오. 언제까지인지는 본인만이 알수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살다보면 분노에 찻던 내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집니다. 용서는 누구도 대신 해 줄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분노와 원한이 가득했던 내 마음이 누그러져야 용서를 시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과감하게 내 자신이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의 핵심은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용서를 전제한 사랑입니다. 사랑한다고 고백하면서 마음에서 용서하지 하지 않은 사랑은 위선이고 거짓입니다. 처음에는 미워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한번 해 보시기 바랍니다. 불가능한 것이 아니고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용서가 얼마나 많은가를 안다면, 미움이나 원한을 가진 가족이나 형제나 친척이나 친구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쉽게 될 것입니다. 기도하기 전에 내가 받은 용서를 먼저 떠 올려보시기 바랍니다. 기도의 시작이 가볍고 경쾌하게 시작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말씀은 '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마음으로부터 용서의 시작은 기도입니다. 용서하는 마음을 주시도록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고 축복해 주시기를 기도하는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마시고 마음이 선뜻 발동하지 않더라도 시작해 보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자신이 받는 은총이 더 크고 많음을 체험할 것입니다.

 

 이번 한주간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미움을 가진 분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용서한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제자됨의 첫 걸음이고 내 자신이 수준높은 삶을 사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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