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주님세례축일)

 

복음의 기쁨

(주님세례축일)

제게는 세살 위의 형이 있습니다. 착하고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그리는 집안의 첫째요 가문의 첫째 손자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이던 어느날 형이 저녁마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딜 가냐고 부모님이 물으면 성당간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성당을 다닌 없던 형이 친구들 따라 성당을 나가면서 6개월쯤 지난 제게 '자기 세례식에 오지 않을래?'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퉁명스럽게 '안간다.' 대답했습니다. 집에서 성당까지는 자전거로도 30 이상 걸리는데 형은 세례받고는 자주 성당에 갔습니다. 무엇보다 형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쳤고 빛이 나기까지 했습니다. '도대체 성당은 무엇하는 곳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겨날 , 형이 다시 '성당에 한번 안갈래?'하고 물었고 마지못한 '그럼, 한번 가볼까.'하고 대답했습니다.

"하느님과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실질적인 것은 없다. 그대가 사랑하는 , 그대의 생각을 사로잡는 그것이 만사에 영향을 미친다. 무엇이 그대로 하여금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게 하고, 저녁에 뭔가를 하도록 하고, 누구를 만나게 하는가? 무엇이 그대를 감사와 기쁨에 넘치도록 만드는가? 사랑에 빠지고, 사랑 안에 머물러라. 그러면 그것이 모든 것을 결정지으리라." (예수회 총장 베드로 아루페)

형은 어느날 사랑에 빠졌고 옆에서 그것을 보며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형이 없었다면 저는 가톨릭 신자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받은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우리를 성당에 관심을 가지도록 만든 사람은 다들 있을 것입니다. 물론 사람들도 다양하겠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사랑에 빠진 기쁨' 보여주었고, 여러분이 호기심을 가지도록 만들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기쁩니까? 주일 성당에 오는 일이 즐겁습니까? 말씀과 성찬의 식탁에 초대받아 예수님 말씀을 듣고 그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것이 여러분 얼굴에 웃음을 가져옵니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삶은 팍팍하고 주일 미사 참여 의무는 무겁게 다가옵니다. 한때 빛나던 보석같은 신앙은 이제 몰래 버리고 싶은 돌덩어리가 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신앙의 기쁨을 찾지 못한 신자들의 얼굴을 보면 절인 오이처럼 보입니다. 기쁨을 느끼지 못하니 마음에 주름이 생기고 표정에서도 드러나니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기쁨이란 단순한 재미가 아닙니다. 깊은 차원의 선물입니다."

'가나안 신자들'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하느님께서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보여준 약속의 가나안에 들어간 신자들이 아니라 가나안을 거꾸로 읽으면 '안나가' 되는데, 이는 예수님은 믿지만 교회는 받아들이지 않아 교회에 안나가는 신자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집에서 기도하고 TV 미사 보고 인터넷으로 피정 강의를 들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가나안 신자들입니다.

교회를 뜻하는 그리스어 에클레시아ecclesia '불린 자들의 모임'입니다. 교회는 주님께서 부르시어 구원해 주시고, 사랑으로 돌보아 주시는 신자들의 모임입니다. 신앙생활은 예수님의 몸인 교회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신자들은 몸을 구성하는 지체들인데 지체가 몸에서 떨어져 나간다면 어떻게 있겠습니까? 교회를 떠나 있는 사람은 장작더미의 장작처럼 안에서는 타지만 꺼내지면 금방 꺼져버리는 사람들입니다.

" 사랑 안에 머물러라."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믿음과 사랑의 신앙공동체 안에서만 기쁨으로 드러납니다. 하느님과 동행하는 , 형제자매들의 친교,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삶에서 느끼는 기쁨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말한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깊은 차원의 선물인 복음의 기쁨입니다.

우리는 그런 기쁨에 끌립니다. 깊은 평화에 매료됩니다. 기계적이 아니라 마음을 다한 봉사에 눈이 갑니다. 우리는 그런 기쁨과 평화, 봉사를 실천하고 드러내는 사람들입니까?

저는 윌리엄 로리 대주교님을 때마다 놀랍니다. 그분은 파산을 선언한 볼티모어 대교구장이신데도 웃고 계십니다. 저라면 제가 있는 본당이 파산을 선언했다면 웃고 있을 있을까 스스로 물어보면서 기쁨은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깊은 차원의 , 하느님을 신뢰하고 자신을 내어주는 기쁨임을 실감합니다.

영화 버킷 리스트에 장면입니다. 말기암으로 죽음을 앞둔 주인공은 버킷 리스트인 이집트 피라미드를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대화를 나눕니다.

"이집트 사람들은 세상에 가면 신이 가지 질문을 거라고 믿었지. 질문에 모두 Yes라고 해야 천국에 있다고 믿으면서. 하나는 인생에서 기쁨을 찾아냈는가. 다른 하나는 남에게 기쁨을 주었는가."

 

이제 교회는 주님세례축일로 성탄시기를 끝내고 일상의 연중시기를 시작합니다. 여러분 인생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남에게 기쁨을 주는 새로운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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