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과 그리스도인 (연중 제4주일)
진화론과 그리스도인
(연중 제4주일)
어메리칸 풋볼을 보고 있으면 전쟁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수만 해도 양쪽이 100여명 가까이 되고 스탭과 의료진, 심판 등을 포함하면 2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말 그대로 풋볼을 던지고 받으며 땅따먹기를 합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여기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을 뿐만 아니라 게임이 시작되기 몇 시간전부터 테일 게이트(Tail Gate)라고 해서 경기장 주변에서 파티를 여는 미식축구에 대한 미국인들의 열정입니다.
시애틀 시호크스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슈퍼볼 결승전이 확정되었습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 경기에서 승리한 팀은 모든 것을 얻지만 패배한 팀은 그 다음날 헤드 코치가 해임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경쟁을 통한 승자독식입니다.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지혜롭고 강하고 확실히 있는 것이 되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입니다.
그런데 오늘 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께서는 속된 기준으로 지혜롭고 유력하고 가문이 좋은 사람 대신에 이 세상의 어리석은 것, 약한 것, 비천한 것과 천대받는 없는 것을 선택하셨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그리하여 어떠한 인간도 하느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시기"(1코린 1,29) 위해서 입니다.
인간을 만드신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잘 알고 계십니다. 인간 본성은 다른 인간을 이겨 우위에 서서 그것을 자랑하고 싶어한다는 것과 그것으로 살아간다고 믿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 바탕에는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 곧 1등만이 최고이며 그보다 못한 존재는 아무 가치가 없다는 개념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윈이 1859년에 발표한 <종의 기원>에는 적자생존, 심지어 '적자(The fittest)'라는 단어도 없었습니다. 후에 다른 사람의 표현인 적자생존이 도입되어 피도 눈물도 없는 경쟁에서 가장 우월한 자만이 자연에서 살아남는다는 잘못된 개념이 전파되었습니다.
가톨릭 교리는 진화론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창조 질서 안에 생명의 진화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가 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Survival of the friendliest)>에 따르면, 자연의 세계에는 우월이 없으며 모든 생물은 서로 도우며 공생합니다. 한마디로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 예로 현재 인류가 살아남게 된 것도 특유의 친밀감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30만년 전 지구상에는 최소 4종 이상의 다른 사람 종이 공존했는데 대표적인 사람 종은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였습니다. 1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는 지구상에서 번성할 가장 유력한 인간 종으로 아프리카를 떠난 탐험가이자 전사로 자기방어를 위해 손도끼를 만들고 불을 사용해 요리를 한 최초의 인류였습니다.
하지만 7만 5천년 전에 이르면 네안데르탈인이 주도권을 가져가는데 어떤 환경에도 적응한 우리만큼 머리가 큰 기술좋은 사냥꾼이면서 동시에 동료를 돌보고 장신구로 치장하고 동굴벽화를 남길만큼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5만년 전이 되자 호모 사피엔스가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훨씬 복잡한 연장으로 무기를 만들고 전세계를 탐험하기 시작하더니 2만 5천년 전에는 호모 사피엔스가 단연 주도적인 사람 종으로 우뚝 서 유목생활 대신 농사를 지으며 거주하기 시작합니다. 공동체 생활과 교류를 통해 발전하면서 인류의 폭발적 증가를 이루어냈고 현생 인류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인 친화력 때문입니다. 친화력은 타인의 마음과 연결될 수 있게 하며 지식을 세대에 세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게 합니다. 또한 복합적인 언어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문화와 학습의 기반이 되었으며, 친화력을 갖춘 사람들이 밀도 높게 결집했을 때 뛰어난 기술을 발명해 왔습니다
지혜로운 자, 강한 자, 있는 자는 친화력이 필요없습니다. 그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주도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화론을 살펴보면 그런 종은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어리석고 약하고 없는 자는 살아남기 위해서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통한 공생이 필요했고, 그 때문에 낯선 이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능력을 향상시켜 왔습니다.
가톨릭 신학자이자 과학자 떼이야르 드 샤르뎅에 따르면 진화는 무작위적인 확산이 아니라 점점 더 높은 의식과 통합을 향해 나아가는데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진화 전체를 끌어당기는 진화의 수렴점, 곧 '오메가 포인트(Omega Point)'로 우주와 인류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시작되고 완성된다고 말합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의 말을 다시 새겨봅시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게 해 주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하느님에게서 오는 지혜가 되시고, 의로움과 거룩함과 속량이 되셨습니다. 그래서 성경에도 "자랑하려는 자는 주님 안에서 자랑하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1코린 1,30-31).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지혜를 배우고, 그분을 통해 의로움과 겸손함을 찾고, 마침내 거룩함과 속량을 얻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없이는 우리는 어리석은 것, 약한 것, 없는 것으로 아무것도 아님을 알기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만을 자랑합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하느님께 선택받았음을 알기에 기뻐합니다.
우리가 행복한 이유는 오직 하나 예수 그리스도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하느님을 친밀하게 만나고, 타인에게 친구가 될 뿐만 아니라 원수까지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야말로 가장 진화한 인간 종으로 세상 누구보다 다정한 사람이 되어갑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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