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길 과부 (연중 제29주일)

 

끈질긴 과부

(연중 제29주일)

미국 본당에서 보좌신부로 일할 때 였습니다. 같이 일하던 수녀님께서 바자회 상품으로 휴대용 DVD 플레이어를 받게 되어 무척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여름내내 바쁘셨던 수녀님께서는 사용을 못하다가 마침내 시간이 생겨 기대에 부풀어 영화 한편을 틀었는데 작동이 되지 않았습니다.

수녀님께서는 자신이 뭔가 잘못했는지 설명서를 꼼꼼히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래도 이유를 찾을 수 없어 저와 시설관리장에게 가져와서 물었습니다. 우리도 원인을 알 수 없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그녀는 수리점에 가져갔는데 주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싸구려라 수리비가 더 들 거예요. 새로 사는 게 낫겠어요.” 그녀는 마지막으로 구매처인 월마트에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반품 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교환을 거절당했습니다.

그녀는 매니저와 언쟁을 벌였고, 결국 그들은 경찰을 부르겠다고 위협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월마트 본사 고객 서비스에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본사에서는구입한 지역 매장에 문의하라고 답했습니다. 이미 했던 일이지요.

그후 본사에서는기기가 정말 고장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따라보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그대로 따라했지만 여전히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번엔 모델명과 일련번호를 요청했습니다. 그녀는 답장을 보냈고, 또 몇 번의 이메일이 오갔습니다.

저는 그녀의 이 긴 과정을 지켜보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냥 포기하고 새로 사는 게 낫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월마트는확인할 수 있도록 기기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검사 결과, 정말로 고장임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들은 리퍼 제품(refurbished one)이 있으면 교환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녀는 계속 기다리며 꾸준히 이메일로 확인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3개월 이상 걸렸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에게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 “ DVD 플레이어를 발송했습니다.” 그녀는 너무나 기뻐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끈질긴 과부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수녀님에게서 중요한 교훈 하나를 배웠습니다. “쉽게 포기하지 말라. 끈질김은 결국 보상을 받는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마더 데레사에 관한 책 가운데 “Come, Be My Light (와서 내 빛이 되어라)”라는 자서전이 있습니다. 책에는 그녀의 개인 서신이 실려 있는데 그 안에서 우리는 그녀가 겪은 영혼의 어두운 밤을 엿볼 수 있습니다.

1959년 그녀는 고해신부에게 이렇게 썼습니다. “내 영혼 안에는 하느님이 나를 원치 않으신다는 끔찍한 상실의 고통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하느님이 아니시고, 정말로 존재하지 않는 듯합니다.”

그토록 추앙받던 성인이 겪은 영혼의 어두운 밤, 성인은 어떻게 그 혹독한 시련의 시간을 견디어 냈을까요? 마더 데레사의 삶을 좀 더 들여다 보아야 하겠습니다.

1946 9 10, 마더 데레사는 피정 장소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예수님의 강렬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분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로 데려가라. 와서 내 빛이 되어라.”

예수님은 질문 하셨습니다. “네가 거절하겠느냐?”

마더 데레사가 받은 새로운 부르심은 수많은 장애물을 통과해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먼저 그녀는 교구 대주교의 허락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 대주교는 경험 많고 신중한 분으로 하느님 앞에서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마더 데레사는 여러 차례 편지를 써서 자신의 부르심을 설명하고 호소했습니다. “대주교님, 주님의 은총으로 간청하오니 예수님의 이름으로 제가 가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더 이상 지체하지 마시고, 저를 붙잡아 두지 마십시오.”

대주교님은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다시 편지를 보냈습니다. “복음의 과부처럼 다시 간청드립니다. 주님이 부르시는 그 삶을 시작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제게 맡기신 일을 위해 제 자신을 바치고 싶습니다.”

그녀는 이것이 하느님의 일이라는 것을 믿었기에 계속 편지를 썼습니다. 결국 1년이 지나서 대주교는 그녀의 믿음을 인정하고 답장을 썼습니다. “이제 나아가도 좋습니다.”

 

그후 사랑의 선교회(Missionaries of Charity)를 세우기까지 또 다른 수많은 과정과 절차를 거쳐야 했습니다. 캘커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의심의 눈초리, 지역 사제들과 주교의 냉소적 반응, 거기다가 로마 교황청의 인준까지 멀고도 고된 시간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어둠과 의심의 시련 속에서 마더 데레사는 견디어 냈을까요? 오직 기도밖에 없었습니다. 모세가 아론과 후르의 도움으로 양손을 들어 올렸듯이 마더 데레사의 기도는 끈질김과 신뢰로 지탱되었습니다. 새가 한쪽 날개로 날 수 없듯이 그녀의 기도는 언제나 두 날개, 곧 신뢰와 인내가 있었습니다.

마더 데레사는 예수님께 바쳤던 그녀의 약속을 항상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충실함은 감정이나 기분에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예수님, 저는 당신께 결코 아무것도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마더 데레사의 삶을 한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성공하라고 부름 받은 것이 아니라 충실하라고 부름 받았습니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재능이나 기술이 아니라 믿음 안의 끈질김입니다. 때로 어둠과 삭막함, 두려움도 있겠지만 하느님께 대한 신뢰와 인내가 있다면 이루지 못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때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두려운 생각도 들고, 인간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 때도 있겠지만 그분을 향한 신뢰와 인내의 기도가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부족한 우리도 하느님을 신뢰하고 끈질기게 기도하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역시 마더 데레사처럼 신뢰와 인내로 예수님께 고백하면 좋겠습니다.

예수님, 저는 당신께 결코 아무것도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Comments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자비의 선교사 (하느님의 자비 주일)

지금 어디쯤 있나요? (사순 제 4주일)

십자성호 (삼위일체 대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