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도움 (연중 제26주일)
하느님의 도움
(연중 제26주일)
여러분은 걱정없이 살고 싶으시죠? 여러분은 마음놓고 살고 싶으시죠? 여러분은 부자가 되고 싶으시죠?
이런 상상을 해 봅시다. 만일 여러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완벽하게 생생히 꿈꿀 수 있고 그것을 이룰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꿈 속에서 여러분은 온갖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고 모든 소원을 다 이룰 것입니다. 그 다음 날, 그 다음 날, 그 다음 날 밤에도.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꿈꾸던 모든 것이 아닌 뜻밖의 경험을 해보고 싶을 것입니다. 결과가 보장된 같은 것을 계속 반복하는 대신 어떻게 될지 모르는, 통제되지 않는 모험을 시도할 것입니다. 그렇게 위험, 불확실성의 도전을 할 것이며 이때 실패도 하겠지만 성공의 짜릿함도 맛보게 될 것입니다. 덕분에 더 큰 난관에 일부러 직면할 것입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완벽한 꿈꾸기 대신 지금 당신이 실제로 살고 있는 삶을 선택할 것입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의 주인공 팀은 아버지로부터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물려 받습니다. 그 능력으로 시간을 되돌려 사랑하는 사람을 얻고 최선의 삶을 선택해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후회로 얼룩진 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보다 완벽한 인생이 가능할까?"
그리고 한 여자의 남편으로, 두 아이의 아빠로 다음과 같은 고백을 하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나는 이제 시간여행을 하지 않는다. 단 하루라도 난 마치 내가 이 날로 되돌아와 그 날을 다시 산다고 생각하며 그날을 즐기려고 매일 노력한다. 매일 매일 열심히 사는 것, 마치 그 날이 특별한 내 삶의 마지막 평범한 하루인 것처럼."
오늘 복음에 나오는 부자는 우리가 바라는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는 에르메스 외투와 키키 드 몽파르나스 속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습니다.'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사는 자들'은 1독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사부아 침대 위에 자리 잡고, 허먼 밀러 안락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송로버섯 소스를 겻들인 어린양을 잡아먹고, 밀라노식 송아지 정강이 스튜를 먹습니다. 골드문트에서 나오는 음악에 따라 되잖은 노래를 불러 대고, 페트뤼스 와인을 대접으로 퍼마시고, 라 메르 화장품을 몸에 바릅니다.
이렇게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살고 싶으신가요? 이것이 여러분 인생의 최고 목표인가요?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릅니다. 적어도 무엇을 가지고 싶고 무엇을 하고 싶다고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무엇을 가져다 줄지 모르면서 그저 애타게 바랍니다. 살아서 최고의 것을 추구해 아주 운이 좋아 10년, 20년, 혹은 30년을 그것을 가지고 날마다 즐겁게 산다 하더라도(과연 똑같은 것을 매번 계속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죽음 후에 닥칠 영원한 시간에 대해서는 아무 준비를 하지 않습니다.
부자의 집 대문 앞에 있는 라자로는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있는 가난한 이입니다. '라자로'라는 이름의 뜻은 '하느님께서 도우셨다' 혹은 '도움받은 자'입니다. 분명 라자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며, 그런 그를 부자가 외면하자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통해 도우십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라자로는 부자를 돕기도 합니다. 그의 가난하고 처절한 상황은 부자로 하여금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사는 생활을 돌아보게 하여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더 나아가 자신의 것을 나누어 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부자는 도움을 거절합니다.
부자는 죽고 이제 도움이 닿지 않는 곳에서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자신이 한 선택의 결과입니다. 그제서야 정신이 든 그는 자신처럼 남의 처지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다섯 형제를 위해서 죽은 이가 가서 경고해 주시기를 청하지만 이또한 불가능한 일임을 알게 됩니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고통받고 있는 라자로, 망하고 있는 요셉 집안은 우리의 이웃입니다. 동시에 그들은 우리를 스스로 돕도록 하느님께서 보내신 라자로, 곧 하느님의 도움입니다. 라자로를 외면한채 자기 자신의 쾌락과 안락만을 챙기면 머지 않아 '죽음이 맨 먼저 그들을 사로잡아 끌고 가서 비스듬히 누운 자들의 흥청거림도 끝장나고 말 것입니다'.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루카 16,31).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살아나셨습니다. 우리가 그분의 말씀도 믿지 않는다면, 누가 우리를 도울 수 있겠습니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까지 흠 없고 나무랄 데 없이 계명을 지키십시오"(1티모 6,14). 계명을 지키는 것은 우리를 지켜주는 하느님의 도우심입니다.
허영심 가득한 꿈에서 깨어나 삶이라는 평범함을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해 살며 나의 것을 조금씩 내어준다면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진정한 부자,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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