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걱정하자 (연중 제 16주일)
열심히 걱정하자
(연중 제16주일)
몇 만년 전 수렵 채집의 시대를 상상해봅시다. 어느 동물보다 빠르지도 강하지도 못했던 인간이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염려와 걱정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숲길을 가다가 바스락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치는 인간은 그렇지 않은 인간보다 육식동물에 잡아 먹힐 확률이 적었고 그 때문에 살아남을 확률도 높았을 것입니다.
걱정은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고 인간 생존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현대에는 걱정이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해가 됩니다. 걱정이 많은 사람은 예민해서 까칠하고 우울합니다. 수많은 정보와 과업 앞에서 걱정은 정신건강을 해치고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어렵게 하며 무엇보다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의 마르타를 보십시오. 예수님을 시중드는 일로 분주한 마르타는 온갖 염려와 걱정으로 손님인 예수님께 '동생더러 자신을 도우라고 일러 주십사고' 청하며 부담까지 줍니다.
그런데 1독서에 아브라함을 봅시다. 나이가 백수에 다다랐지만 자식 하나 없던 아브라함은 하느님께서 이루어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하늘의 별과 바다의 모래알처럼 많은 민족을 생각하면 걱정이 왜 없었겠습니까만은 한창 더운 대낮에 자기 앞에 나타난 세 사람을 귀한 손님으로 맞이하고 융숭하게 대접합니다. 만일 아브라함이 자신의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며 사라에게 아들은 주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걱정을 너무 많이 합니다.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십시오. ‘걱정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그러면 대부분 대답할 것입니다. ‘걱정했던 일들이 걱정한대로 일어난 적은 거의 없었다.’
걱정이 너무 많은 우리가 걱정스럽습니다. 사람들과 잘 지내면서도 실수하지 않을까 미움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우리, 온갖 좋은 것을 먹고 열심히 운동을 하면서도 아플까 걱정하는 우리, 먹고 사는데 아무 어려움이 없으면서도 돈 걱정하는 우리,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 심지어 걱정이 없어서도 걱정합니다.
얼마전에 사제관에 오신 분이 넓게 펼쳐진 새성전 터를 보며 저에게 말했습니다. "신부님, 걱정이 많겠습니다." 저는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그보다는 기대가 큽니다."
이곳에 온지 어느새 육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제게 걱정보다는 기대가 더 커졌습니다. 저는 오늘 바오로 사도의 말처럼 걱정보다는 사명을 생각합니다.
"이제 나는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며 기뻐합니다. 그리스도의 환난에서 모자란 부분을 내가 이렇게 그분의 몸인 교회를 위하여 내 육신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위하여 당신 말씀을 선포하는 일을 완수하라고 나에게 주신 직무에 따라, 나는 교회의 일꾼이 되었습니다"(콜로 1,24-25).
저는 부족하지만 하느님의 부르심을 깨닫고 교회의 일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주님, 오늘 교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습니다. 이제 저는 자러 갑니다. 주님의 교회이니 알아서 하십시오."
요한 23세 교황님은 매일 밤 이렇게 기도하고 걱정없이 잠자리에
들었다고 합니다. 우리 역시 우리 몫을 충실히 살고 난 다음에는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걱정없이 쉴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목숨을 부지하려고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몸을 보호하려고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너희 가운데 누가 걱정한다고 해서 자기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느냐?...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마태 6,25-34)
걱정은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걱정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말 걱정하려면 제대로 걱정하는 것이 낫습니다. 곧 걱정할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동안만 열심히 걱정하는 것입니다. 대신 다른 시간에는 걱정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혼자 아무리 걱정해봐도 답이 없지 않습니까? 그럴때는 주님과 함께 걱정하십시오. 그러므로 정해진 시간에 주님과 함께 걱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매일의 기도’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필리 4,6).
먼저 걱정을 늘어놓지 말고 감사부터 해야 합니다. 우리 삶에 감사할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아무 탈 없이 잘 살고 있는 것, 부모님, 남편, 자녀가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 신앙을 가지고 있는 것, 열심히 일할 직장, 좋은 이웃이 있다는 것 등 감사할 것은 참으로 많습니다.
미리 감사를 드려도 좋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청하는 것을 다 이루어심을 믿고 미리 감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그제서야 여러분
마음 속에 있는 걱정을 예수님께 말씀드리고 여러분의 소원을 아뢰면 됩니다. 이때는 열심히 걱정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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