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와 성당 사이 (사순 제 1주일)
광야와 성당 사이
(사순제1주일)
천주교 신자가 되고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를 조사해보면 연령대와 관계없이 1위는 '마음의 평화'입니다. 천주교를 통해 현세에서 위안을 얻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되나 신앙의 핵심인 영원한 생명이나 구원과 같은 하느님 나라의 가치는 멀게만 느껴집니다.
여러분이 세례받았을 때를 생각해 보십시오. 세례만 받으면 마음의 평화를 얻고 그로인해 모든 일이 잘 될거란 기대를 가지지 않았나요? 하느님을 만나고 기도 안에서 위안을 얻으리라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현실은 어떠했습니까?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나요?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도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시고 성령으로 가득 차 돌아오셨습니다. 이제 하느님의 일을 시작하고 성공하는 일만 남은 것 같은데 놀랍게도 성령은 그를 광야로 이끌어 사십 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게 하십니다.
그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예수에게 빵의 유혹은 큽니다. 빵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양식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욕구, 쾌락을 상징합니다. 예수가 빵의 유혹을 하느님 말씀으로 이겨내자 악마는 권세와 영광으로 유혹합니다. 먹고 살만하면 생각나는 것, 곧 성공, 명예, 권력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마지막으로 악마는 성경 말씀까지 인용하면서 안전으로 유혹합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아프지 않고 죽고 싶지 않은 욕망을 부추깁니다.
빵, 권세와 영광, 안전은 우리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이 우리를 사로잡고 거기에만 매달리게 하고 그것 때문에 흔들리게 될 때 유혹이 됩니다.
우리가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하느님에게로 나아갈 때 악마는 더 적극적으로 우리를 유혹합니다. 악마는 하느님을 반대하니까요. 그래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약한 부분을 건드립니다. 예수님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마음의 평화는 세례 후 그냥 주어지는 선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례 후 더 크게 다가오는 유혹 때문에 뒤로 밀려날 수 있습니다. 진짜 세례의 선물은 악마의 유혹에 대처할 수 있는 무기가 주어진 것입니다.
사순시기동안 교회는 신자들을 단식, 자선, 기도로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하도록 초대합니다. 교회의 오랜 전통은 악마의 유혹을 이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단식은 인간의 가장 깊은 빵의 욕구와 쾌락을 이기는 방법입니다. 자선은 내가 애써 이룬 권세와 영광마저도 내 것이 아님을 알고 이웃과 나누는 것입니다. 기도는 나의 모든 것이 하느님께 달려있음을 알고 나의 안전을 온전히 하느님께 맡기는 것입니다.
"악마는 모든 유혹을 끝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그분에게서 물러갔다"(루카 4,13).
유혹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사순시기를 시작하며 단식하고 자선을 베풀고 기도하려 할 때 더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늘 있던 빵이 없고, 보장된 성공이 위태로워지고, 갑자기 아프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느님을 원망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화내고 도망칠까요? 그건 악마가 바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처럼 하느님 말씀으로 견디고 싸워야 합니다. 단식, 자선, 기도로 유혹을 이겨내야 합니다.
우리 삶은 광야와 성당 사이입니다. 세상의 광야에서 싸우다가 다치지만 성당에 와서 힘을 얻고 다시 돌아갑니다. 유혹을 받지만 이길 힘을 얻고, 실패하지만 다시 일어서고, 두렵지만 용기를 낼 결심을 하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마음의 평화는 어쩌면 조금 늦게 올지 모릅니다. 겁내지 말고 유혹을 빤히 쳐다보고 싸워야 합니다. 유혹이 무엇인지 알면, 승산이 있는 싸움입니다. 무엇보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말씀이 바로 여러분의 입과 마음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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