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대축일 강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드립니다. 계속 인사드립니다. 탄생하신 예수님께서 세상에 평화를 주시고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우리 볼티모 한국순교자 성당의 교우들에게 기쁨과 행복과 평화를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성탄 대축일 낮 미사의 복음은 우리가 매년 듣는 요한복음의 시작입니다.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입니다. 공관복음은 길게 아니면 짧게나마 예수님 탄생의 극적인 이야기들을 하지만, 요한복음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입니다. 여기서 말씀은 바로 예수님이시고 그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시어 우리와 함께 사셨고 우리는 그분 덕분으로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고 강조합니다. 세상에 탄생하신 하느님을 요한복음의 저자는 말씀으로 표현하였을 뿐입니다.

1독서는 우리에게 기쁨을 맛보라고 강조합니다. “산 위에 서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의 저발! 평화를 선포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며 구원을 선포하는구나. 너의 하느님은 임금님이시다.”

 

한국에서 아는 교우가 오랜만에 성탄 인사를 하면서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을 전해왔습니다. 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는데, 2년 전부터 어머니가 너무 편찮으신데 마땅한 치료법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남동생이 원인 모를 불치병에 걸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교우는 괜찮은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생계유지는 문제가 없지만, 한 집안에 어머니와 동생을 돌보기는 너무나 힘에 벅차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런 와중에 서울 큰 병원 근처에 동생을 치료하기 위해서 작은 아파트를 구해 서울과 대구를 자주 왕래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대구에 동생은 서울에, 동생을 방문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러 가는 중에 계단에서 넘어져 대퇴부 골절이라는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수술하고 한 달 가량 쉬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예수님께서 오시는 성탄이지만 이 교우에게는 3년째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어 예수님이 자기에게는 오시지 않는다고 한탄의 메시지가 왔습니다.

 

제가 뭐라고 위로와 격려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와 동생을 위해 기도한다는 답장밖에는 할 수가 없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신 예수님이 어디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교우는 저에게 이렇게 답장이 왔습니다. ‘신부님! 그래도 이 몸서리치는 상황이 언젠가는 사라지겠지요? 그래서 예수님이 오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그 예수님이 보이지 않지만, 과거의 삶을 떠올려 보면 수없이 예수님이 저에게 오셔서 기쁨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가끔 옛날을 회상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다시 올 기쁨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카톡이 왔습니다.

 

이 메시지에서 오히려 제가 더 위로와 격려를 받았습니다. 이 교우의 신앙이 저의 신앙보다는 한 수 위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시련과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면, 과거에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축복과 행복을 떠올려 보십시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곁에 오신 예수님은 절대로 우리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2024년에 오신 예수님은 우리를 또 어디고 데리고 갈지 모릅니다. 분명히 1독서 말씀처럼 기쁜 소식을 전하러 오시지만, 그 기쁜 소식이 우리 입맛에 맞는 기쁜 소식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방법으로 우리에게 평화와 구원과 행복과 기쁨을 주실 것은 분명합니다.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 가장 따뜻한 미소로 그분을 바라보도록 합시다. 누구보다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십니다. 각자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저 따뜻한 미소로 겸손하게 그분을 바라보도록 합시다.

 

주님! 고맙습니다. 이 땅에 오셔서 우리는 기뻐하고 우리 삶에 희망을 당신께 둘 수 있습니다.

Comments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연중 제 6주일 강론

연중 제 24주일 강론

연중 제18주일 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