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33주일 강론

 성당 마당에 있는 큰 나무들의 잎이 거의 다 떨어졌습니다. 치우고 또 치우고 해도 끝도 없이 떨어지던 나뭇잎도 이제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어느 나뭇잎은 한겨울에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생명력이 강하다고 할까요. 이제 교회의 전례력도 막바지로 가고 있습니다. 1124일 주일을 끝으로 교회의 전례력은 2024년을 끝내고 12월 첫 주일을 대림 1주일로 시작합니다.

 

전례력으로 한해를 마감해 가는 시간에, 예수님은 종말을 언급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심을 말씀하십니다. 그리스어 신약 성경 원문에는 단락마다 주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다른 언어로 번역된 성경에서는 단락마다 주제를 기록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의 주제는 사람의 아들의 오심(Comming of the Son of Man)’입니다. 굳이 다른 말로 하자면 종말입니다. 마르코 복음 13장은 성전 파괴 예고부터 시작해서, 재난의 시작을 언급하고 있으며, 가장 큰 재난에 관해서 서술하고, 오늘 복음인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날과 무화과 나무의 교훈 그리고 종말이 오더라고 깨어 있으라는 말씀으로 끝맺습니다.

 

성서학적으로 재난에 관한 언급이나 종말 사건에 관한 서술을 묵시 문학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성경의 제일 마지막 책인 요한 묵시록를 연상할 수 있습니다. ‘묵시라는 말은 계시라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비밀을 알려준다는 의미입니다. 유대교의 묵시 문학은 주로 종말, 구원자의 내림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종말 사건들이 일어납니다. 마르코 복음의 저자는 자신의 복음서에 유대교의 묵시 문학을 일부 인용하면서, 종말 사건이나 사람의 아들의 오심에 대해서 기록하였습니다. 물론 마태오 복음의 저자나 루카 복음의 저자 역시 마르코 복음을 인용하였고 다른 내용을 첨가 하기기도 하였습니다.

초대 교회 시대에 유행하였던 묵시 문학의 내용은 종말, 구원자 오심, 반그리스도를 쳐부수는 전쟁, 죽은 이들의 부활, 심판, 영원한 생명과 영원한 벌, 새 하늘과 새 땅 등이었습니다. 마르코 복음에서는 많은 주제가 생략되어 있다고 성경학자들은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의도는 시대의 징표를 잘 읽으라는 말씀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세례를 받는 순간부터 종말을 향한 삶을 시작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은 영원한 생명에 대한 삶을 갈망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종말을 향한 삶, 다시 말해서 영원한 생명을 갈망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세상의 삶을 영원한 생명으로 향하는 여정(Journey)이라고 합니다. 이 지상에서의 여정은 반드시 종착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 종착지가 죽음이 아니라 죽음을 넘어서 있는 하늘나라이고, 이 하늘나라이고 영원한 생명이 기다리고 있는 곳입니다.

 

영원한 생명으로 향하는 여정은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어느 시점에서 어디까지 여정이 정해 있는 것이 아니고, 현 순간 자리하고 있는 이 순간부터 시작해서 하느님 앞이 마지막 종착지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현실을 중요시해야 합니다. 영원한 생명을 지향하면서도 현실을 대충, 어영부영 사는 삶은 하느님께 죄를 짓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무화과나무 비유를 말씀하시면서 현실을 무시하지 말고 직시하면서 시대의 징표를 읽으라고 하신 것입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신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삶의 자리를 잘 보전하고 기쁘고 항상 회개하는 자세로 살아라는 말씀입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이 오더라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인내를 가지고 충실하게 현실을 살면 구름을 타고 오시는사람의 아들을 뵐 것입니다. 이 세상이 곧 하늘나라의 시작임을 깨닫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종말이 언제 온다고 그 날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서 호들갑을 떨며 사람들을 선동하는 종파는 분명히 사이비 종교이고 허구임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 날이 언제 오든지 우리는 현실에 충실하면서 회개하는 태도로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의 삶임을 잊자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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