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30주일 강론

 10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우리 교우분들 남은 10월 잘 보내시고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지난주에는 손님 신부님 두 분과 뜻하지 않게 군종 신부님 두 분이 오셨습니다. 교중 미사에는 손님 신부님과 군종 신부님 두 분이 함께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함께한 신부님들 위에서 기도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연중 제30주일에 들어왔습니다. 이제 교회의 전례력으로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바르티매오라는 눈먼 거지가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외침에 그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시는 장면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자비를 베풀어주셔서 평생의 소원이었던 볼 수 있게 치유해 주십니다. 소경이며 거지로 살아 온 바르티매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로 주시면서, 그의 믿음을 칭찬해 주십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성경에서 말하는 자비(Mercy)”는 과연 무엇입니까? ‘자비라는 단어의 현대적 용법에 의하면 동정심 내지는 용서와 동일시 되고 있습니다. 이 자비라는 단어는 이스라엘 백성에 있어서는 동정심과 충실성이라는 두 가지 사상의 접합점에 해당하는 개념이라고 성서학자들은 말합니다. 자비라는 단어의 히브리어의 뜻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 대한 본능적 애착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히브리어의 자비(rahamin)는 어머니의 품, 아버지와 형제의 심장 안에 자리잡고 있다는 표현입니다.

그리스어의 자비(eleos)’라는 단어는 두 사람을 결합시켜 주는 관계를 의미하며 또한 충실성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자비는 이러한 사실로 말미암아 그 견고한 바탕을 가지게 됩니다. , 자비는 그 본질과 목표에 있어 본능적 선이 아니라, 오히려 의식적 의지에서 나오는 실천적 선입니다. 이것은 내적인 의무감과 자기 자신에 대한 충실성에서 나오는 책임있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히브리어와 그리스어들의 현대적 번역들은 자비에서부터 사랑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민의 정, 자비심, 동정심, 너그러움, , 심지어는 아주 방대한 의미로 사용되는 은총으로도 나타납니다.

 

자비라는 단어의 의미를 신. 구약 성서를 통틀어서 말하면, 이 자비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요소이기의 선(Goodness) 이지만, 의식적 의지에 나오는 실천적인 선이라는 것입니다. 생각만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삶에서 실천해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오늘 예수님을 만나보면 좋겠습니다.

 

바르티매오라는 거지 소경은 예수님께, 예수님 사랑의 행위를 보여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지나가신다는 소리를 듣고 무작정 외칩니다. 아마도 이 소경은 이 시간이 아니면 자기는 평생 앞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던, 그는 무작정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다르게 표현하면, 예수님, 저에게 동정을 베풀어 주십시오. 예수님 저에게 당신의 사랑을 베풀어 주십시오. 예수님, 저에게 당신의 선을 실천해 주십시오. 이러한 의미를 담고 담대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사람에게 무엇이 두렵고 겁이 나겠습니까? 이러한 표현이, 예수님에게는 당신께 대한 믿음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당신의 사랑을, 당신의 동정을, 당신의 선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자비를 입고 산다고 생각하십니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느님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계십니까? 생각하고 계시고, 느끼고 살고, 체험하고 있다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다른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자비를, 선을 느끼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고 살면,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고 있지 못하고 있는 증거입니다.

위로의 말로, 사랑스러운 행동으로, 기도해주는 믿음으로 자비를 베푸는 10월의 마지막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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