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9주일 강론

 완연한 가을입니다. 한국에서 오신 신부님들과 여행 중에 예쁘게 물든 단풍을 보면서 가을의 절정으로 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예쁘게 물든 단풍을 보면서 하느님을 찬미하게 되고 감탄하기도 하였습니다. 한국보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서 좋아하시는 신부님들 보면서 볼티모 성당으로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과 제자들의 대담형식 말씀을 우리에게 전합니다. 사도 중에서 베드로 사도와 같이 사도단의 기둥 역할을 하는 야고보와 요한 사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베드로와 더불어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님의 특별한 사랑을 받은 형제 제자들입니다. 또한 이들은 스승 예수님을 위해서 순교한 사도들이기도 하였습니다. 야고보 사도는 초대 예루살렘의 주교였습니다.

 

그런데 이 형제가 예수님께 와서 예수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영광스럽게 될 때) 저희를 하나는 스승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라고 청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마르코 복음에 의하면. 예수님이 마지막 날에 사람의 아들로서 다시 오실 때 영광스럽게 되신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습니다(8,38. 13,26. 14,62). 그러나 제자들이 스승을 따라다닐 때 그분을 종말에 오실 분이라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제자들은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메시아로 짐작하고 그분이 지상에 메시아 왕국을 세울 날을 은근히 기다렸습니다.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왕국을 세우시면 당연히 제자들에게 높은 자리를 하나씩 주실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주일 복음 마지막 단락에 베드로 사도는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베드로 사도의 이 표현은 은근히 무엇인가를 바라는 수고의 보상을 재촉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아닌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강하게 바라는 현실의 우리 자신과 별반 다를 게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사도들의 마음과 예수님의 마음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 두 제자에게 하신 말씀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도 마실 수 있으며,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가 받을 수 있느냐?” 하신 말씀에서 은 독배를, 세례는 익사을 연상케 합니다. 따라서 잔과 세례의 상징어는 죽음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실제로 예수님은 이런 식으로 당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예고하셨습니다. 역사적으로 야고보 사도는 44년에 헤로데 대왕의 손자 아그리빠 1세가 참수형에 처하였습니다(사도12,2). 또한 요한의 순교를 확정하는 사료는 없지만 오늘 복음 39절에 암시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사이에서 자리 다툼하는 모습을 보시고 개탄한 나머지 겸손을 촉구하시는 말씀을 하십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단락에 하신 말씀을 통해 12명의 제자뿐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종의 마음으로, 재력과 학력과 관계없이 섬기는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촉구하십니다. 서로가 서로를 섬기는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종의 마음으로, 섬기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지난주 복음의 마지막 말씀대로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를 백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하신 말씀이 우리에게 일어날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권력에 대한 강한 욕구가 있습니다. 인간의 본능적인 요소입니다. 권력이라고 해서 대단한 무엇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높게 살려고 하는 것을 말합니다. 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 안에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돋보이고 싶은 마음에서부터 권력 욕구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세속의 사람을 따라가지 말고 그리스도인으로 살기를 원하십니다. 겸손의 마음로, 섬기는 마음으로, 종의 마음으로, 자신을 낮추는 삶을 살도록 오늘 이 순간에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본보기로 보여주셨습니다.

부지런히 그분을 따라가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Comments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연중 제 6주일 강론

하늘의 시민 (사순 제2주일)

좋은 나무 ( 연중 제 8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