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1주일

 어느덧 8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그럭저럭 여름도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덥겠지만 선선한 가을바람을 상상하면서 지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지난 726일부터 811까지는 2024년 프랑스 파리에서 하계 올림픽이 개최되었습니다. 지구촌 모든 사람의 눈길을 한곳으로 모아서 국가를 대표한 선수들을 응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 교우분들도 많이 시청하셨을 것이고 열과 성을 다하여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장면은 대부분 서양 출신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오거나 시상대에 올라가면서 십자 성호를 긋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저 선수는 성호긋는 것이 자연스럽게 나올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하였습니다.

 

오늘 예수님을 몇 주 동안 이어지는 자기 계시 정식, 영원한 생명의 빵 설교로 당신의 업적과 정체를 밝히시고(22-51), 살과 피 설교로 당신이 빵과 포도주의 상징 안에 현존하심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런데 많은 제자가 영원한 생명의 빵 설교 및 살과 피 설교를 듣고 거부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말씀은 듣기가 거북하다.” 그들이 위의 두 가지 설교 내용 중, 예수께서 하늘에서 내려온 게시자로 자처하신 말씀(41. 51)을 특히 문제시했기 때문에, “사람의 아들이 전에 있던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게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 하시며 반문하셨습니다.

 

성서학적으로, 요한복음의 사람의 아들사상이 나옵니다. 예수님은 사람의 아들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시면서, 사람의 아들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3,13; 6,62), 하느님과 당신 자신을 계시하신 다음, 십자가에 달리시고(3,14; 12,34), 하늘로 올라가시어(3,13; 6,62) 영광스럽게 되셨으며(12,23; 13,31), 장차 세상을 심판하러 다시 오실 분이시다(5,29). 사람의 아들의 이러한 업적과 정체를 자연인 절대로 알아들을 수 없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만이 깨달을수 있다고 하십니다(44-45). 이것을 두고 요한복음의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을 하십니다. “영은 생명을 준다. 그러나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이며 생명이다.”

 

많은 제자가 예수님을 버리고 떠나갑니다.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에게 묻습니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그러나 제자들의 대표인 베드로 사도가 나서서 하는 말은 너무나 진솔해서 그리스도인들의 심금을 울린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단순하면서도 소박하고 핵심이 담겨 있는 고백입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스승님께서는 하느님의 거룩한 분이라고 저희는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입에 담아야 할 신앙고백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떠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떠난 이유는 다양할 것입니다. 많은 이유중에 최우선시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내가 기도하는데도 들어주시지 않는다. 나에게는 축복을 주지 않으신다. 예수님을 믿고 난 후부터 우환이 많아졌다. 나쁜 짓 많이 하는 친구는 하는 일마다 잘 되는데 나는 열심히 믿어왔지만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다른 사람들은 대충 슬렁슬렁 사는데도 잘 되는데 나는 열심히 살아도 별로 잘되지 않는다.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왜 예수님을 내 마음대로 평가하십니까? 왜 예수님을 내 우리 안에 가두고 계십니까? 과연 우리가 신앙을 가지고 열심히 믿어 오면서 주님으로부터 받은 축복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삶의 여정 안에서 축복 속에 하느님을 만났습니까? 아니면 시련 속에서 하느님을 만났고 그분의 음성을 들었습니까? 앞으로의 삶에서 축복이 이어질지 아니면 시련과 고통만이 나를 기다린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우리의 감정과 생각의 짧음으로 인해 우리 스스로 예수 그리스도를 평가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많은 신앙 깊은 교우들은 삶의 시련과 고통 가운데서도 감사드리면서 믿음이 더 깊어지는 체험을 하셨다고 고백하십니다.

주시는 삶의 시간에 항상 감사와 찬양하는 습관을 지녀봅시다. 경기장에 들어설 때나 시상대에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십자 성호를 긋는 선수들은 아마도 이러한 마음으로 살아왔을 것입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심께서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스승니께서 하느님의 거룩한 분이라고 저희는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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