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7 주일
7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7월 마무리 잘하시고 건강한 8월 맞이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5일은 중복이었습니다. 여름은 말복까지 지나야 여름이 간다고 합니다만, 아직도 더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8월에도 건강관리 잘 하시면 좋겠습니다.
대구에 가면 대구역에서 좌측으로 100m쯤 가다가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요셉의 집’이라는 무료 급식소가 있습니다. 이 무료 급식소는 대구, 경북의 대표적인 무료 급식소입니다. 1989년부터 시작한 이 무료 급식소는 예수성심시녀회에서 운영하는 곳입니다. 예수성심시녀회는 대구에 있는 한국의 메이저급 수녀회입니다. 1935년 프랑스 신부님이신 루이 델랑드신부님이 영천시 화산면 용평리에 세우신 수녀회입니다. ‘주님 손안의 연장’이라는 모토로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카리스마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과거 포항에 수녀원과 고아원을 운영하였고, 포항제철소가 수녀원과 고아원 자리에 세워지면서 포항 시내로 이사를 한 이야기는 유명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창립자의 정신의 하나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수녀회 살림도 녹녹지 않은 사정에서 이 급식소를 운영하다 보니, 여러 가지로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급식소에는 초창기부터 해서 지금까지,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한동안은 급식소로 인해서 동네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오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동네 주민들이 제일 협조를 잘해준다고 합니다.
요셉의 집에서 일어나는 기적은 아주 사소한 것입니다. 아침에 급식소 문을 열기 위해 준비하시던 수녀님이 출입문 앞에 놓은 참기름 한 병과 쪽지를 발견하였습니다. 아마도 참기름 집 주인이 놓고 갔을 것입니다. 그 쪽지에는 한 번도 남을 도와주지 못했는데 급식소 운영하시는 수녀님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참기름 한 병 두고 간다는 쪽지였습니다. 그 후로 참기름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장에서 팔고 남은 배추와 무를 곱게 씻어서 더는 손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다듬어서 놓고 가신 분, 대구에서 대기업을 운영하시는 회장님께서 남루한 옷을 입으시고 식사를 하신 다음 몰래 거금을 놓고 가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고 대구광역시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하루 점심에 600명이 식사를 하면서 엄청난 고통과 혼란이 따라왔습니다. 대구시의 지원을 받는다고 반찬 투정, 음주 소란 등으로 무료 급식소의 원래 정신이 훼손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수녀회에서 대구시의 보조금을 거부하였고, 수녀회의 기금과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운영을 하였습니다. 대구시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는 소문으로 인해 과거의 기적은 사라졌고, 모든 것이 사무적으로 운영이 되었고, 봉사자도 줄었으며, 급식소에 사랑이 없음을 담당 수녀님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보조금을 거부하고 식사 인원수를 제한하여 양질을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지금은 과거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현대판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이 아닌가 묵상합니다.
기적이라고 해서 뭐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나 자신 안에 일어나는 기적을 체험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우리 가족 안에서 일어난 기적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우리 신앙 공동체에 일어난 기적을 느껴 본 적이 있습니까? 하느님을 믿고 신앙생활을 하는 이상 우리는 분명히 과거에 기적을 경험하였고, 현재에는 그 기적을 맛보고 있으면, 분명히 미래에 기적을 맛볼 것입니다. 단지 우리의 나약한 마음, 이기적인 태도로 인해 그 기적들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기적은 나와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들을 통해서 나에게 옵니다. 직접적으로 올 수도 있겠지만 남편을 통해서, 부인을 통해서, 자녀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옵니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오천 명이라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보기 위해서 모였기에 가능한 기적이었습니다.
타인을 통해서 나에게 오는 기적을 체험하려면,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을 사랑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만의 감정, 나의 이기심으로 사는 사람에게는 나 자신에게 일어나는 기적도 모를 수밖에 없음을 기억하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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