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강림 대축일
지난주 야외 미사에 많이 참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날씨가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주일학교 학생들부터 시작하여 어르신들까지 많이 오셨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고 비까지 오는 최악의 경우였지만 그래도 함께 ‘바람아, 멈추어라’라는 기도를 통해 하나 되는 순간까지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저는 우리 본당의 저력을 보았습니다. 미사 후 같이 음식을 나누면서 친교를 나누는 모습은 정말이지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가을에는 아마도 좋은 날씨에, 더 많이 준비해서 ‘본당의 날’ 행사를 준비하겠습니다.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공동체의 이름으로 고마움의 인사 전합니다.
오늘은 ‘부활 대축일’, ‘성탄 대축일’ 다음으로 큰 축일입니다. 일명 ‘교회의 생일’이라고도 합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그리스도교가 출범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출범일이라 하는 이유는, 사도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뵙고도 의심하고 믿지 않은 사도들이 있었습니다(마태 28, 17. 마르 16,14. 루까 24,41. 참조). 그러나 이러한 의심은 바로 성령께서 사도들 위에 내리신 다음에는 모두 없어졌습니다. 성령을 받은 사도들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말과 행동으로 선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사도들은 예수님의 명령대로 세상으로 나아가게 되었고, 예수 그리스도라는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하느님의 영, 곧 성령은 구약시대부터 있어 왔습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구약의 시대에서도 지도자를 선정할 때 역시 하느님의 영이 그 사람에게 내려 제대로 된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약시대에 와서는 예수님의 탄생 사건부터 해서, 예수님의 세례, 예수님의 공생활 시작 등 많은 사건에 함께 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성령을 오늘 예수님의 제자들이 받습니다. 이 성령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계심을 의미합니다. 이 성령을 받은 제자들은 7가지 은사를 모두 받습니다. 이들 안에는 슬기(지혜), 통달(깨달음), 의견(식견), 지식, 용기(굳셈), 효경(공경), 경외(두려움)을 모두 가지고 있어,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데 있어서 무서운 것이 없었습니다. 결국 스승 예수님을 위해 목숨까지도 기꺼이 바쳤습니다.
성령께서 주시는 은사(charisma) 누구에게나 무상으로 주는 선물을 의미합니다. 흔히들 ‘카리스마 있다’라고 말들 합니다. 특별한 선물이 한 개인에게 주어졌다는 의미입니다. 성령의 일곱가지 은사, 슬기(지혜)는 하느님에 관한 것을 올바로 판단하고 실천하도록 돕는 선물입니다. 통달(깨달음)은 진리를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선물이며, 의견(식견)은 하느님을 믿는 이들이 마땅히 해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올바로 판단하게 하는 선물입니다. 지식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바르게 이해하게 해줍니다. 이 선물을 통해서 영혼이 처한 상태나 믿어야 할 것과 믿지 말아야 할 것을 알수 있습니다. 용기(굳셈)은 신앙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덕을 실천하게 해주는 선물입니다. 효경(공경)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의 자녀인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해주는 선물입니다. 경외(두려움)은 벌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죄를 피하게 됩니다.
일곱 가지 은사 중에서 인간 지성과 관련된 것은 슬기(지혜), 통찰(깨달음), 의견(식견), 지식입니다. 이 은사를 통하여 우리 지성의 활동이 더욱 활성화되어 하느님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나머지 용기, 공경, 경외(두려움)은 인간 의지의 작용과 관련 있습니다. 이 은사로 인간의 의지가 작용하며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는 이 일곱 가지 공짜 선물 중에서 무엇을 가장 필요로 합니까? 사실 일곱 가지 모두가 필요합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은사를 청하십시오. 세상의 부와 명예, 장수를 위한 은사가 아님은 잘 아실 것입니다. 이러한 은사는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선물이며 세상에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일치의 선물이기도 합니다.
우리 본당을 위해 일치의 은사를 청하며 동시에 개인의 거룩함을 위해 은사를 청하는 성령 강림 대축일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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