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

 오늘부터 교회는 사순절을 끝내고 파스카 성삼일을 지냅니다. 그 첫날이 주님의 만찬 미사입니다. 죽음을 앞둔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마지막으로 과월절 식사를 하십니다. 이 과월절 식사는 유대인들이 대대로 내려오는 빠스카 음식입니다. 이집트를 모세의 인도를 탈출한 날을 기념하면서, 하느님의 위대함과 하느님의 이스라엘에 대한 사랑을 대대로 기념하고 명하신 말씀을 따라 지키는 가장 큰 축제입니다. 예수님은 오늘 제자들과 마지막 과월절 식사를 하시면서 새로운 빠스카를 창시하십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성체 성사의 제정입니다.

 

오늘 복음은 요한복음의 저 유명한 세족례 복음을 읽습니다. 과월절 축제가 시작되기 전날 예수님은 식사를 하기 전에 먼저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십니다. 발 씻김의 복음은 유일하게 요한복음에만 나오는 장면입니다. 공관복음에서는 마지막 과월절 식사를 하시면서 성체 성사를 세우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발 씻김의 예식은 제자들에게 있어서는 또 다른 충격의 장면이기도 합니다. 유대인들의 관습에 따르면, 유대인이 아닌 종이 유대인 주인의 발을 씻어주고, 부인이 남편의 발을 씻어주는 게 관행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의 발로요 겸손과 봉사의 귀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 시작 부분에 예수님께서는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라고 언급합니다. 끝까지 사랑하신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신체 중에서 가장 더러운 부분이 발이라는 유대인들은 생각하였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행동에 베드로 사도는 펄쩍 뜁니다. 스승께서 자기 발을 씻겨줄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거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너무나 부드러운 말씀으로 뼈있는 일침을 가하십니다. 비단 베드로와 나머지 제자들에게 하신 것 뿐만 아니라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강하게 말씀하십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오늘 우리는 유대인들의 관습에 거스르는 행위를 해 보면 좋겠습니다. 남편이 부인의 발을 씻어주십시오. 동시에 부인도 남편의 발을 씻어주십시오.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씀하십시오.

이 미사 중에 주님께서 오셔서 우리 각자의 발을 씻어주시도록 간청하십시오. 그리고 우리 자신이 주님의 발을 씻겨드리겠다고 기도하십시오.

오늘 이 밤 예수님의 사랑을 듬뿍 안고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예수님 사랑합니다하고 고백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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