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 4주일 강론

 우수도 경칩도 모두 지났습니다. 지난 5일은 절기상으로 경칩이었습니다. 동면하던 동물들이 서서히 잠에서 깬다고 합니다. 옛 조상들은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완연한 봄이 온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도 몸의 기운을 서서히 느끼면서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봄맞이로 단장하고 힘을 내면 좋겠습니다. 사순 시기 정점으로 들어왔습니다. 모든 교우분이 나름대로 사순시기를 잘 보내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지난 목요일에는 평화신문 뉴욕지사장 신부님께서 오셔서 소박하게 사순 특강을 해 주셨습니다. 모든 교우분이 알고 있는 교리를 신부님의 삶과 연결해 간결하면서도 소박하게 해 주셨습니다. 또한 다음날 금요일 새벽 미사에는 30분이 넘는 분들이 참여하여 미사와 십자가의 길을 바쳤습니다. 너무 축복된 시간이었다고 시간이었고 주님 은총을 가득히 받고 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순 시기 정점에 있는 사순 4주일의 복음 말씀은 많은 의미를 지닙니다. 믿음과 영원한 생명에 대해서 말씀하시고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서도 언급하시면서 마지막에는 심판에 대해서도 말씀하십니다. 오늘 복음 말씀의 핵심은 하느님의 본성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절대 진리인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그 자체이신 하느님은 절대 사랑을 세상에 보여주실 방법으로 다름 아닌 세상 창조 때부터 함께 계셨던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 주셨습니다. 세상은 그 외아들을 보고 하느님이 계심을 체험하였고 그 외아들의 모습을 교회라는 제도를 통해 오늘날까지도 하느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외아들을 믿는 사람들이고 따라서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이 세상에서 충분히 받고 살고 있습니다. 그 외아들을 믿고 살기에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심판받지 않고 이 세상에서부터 하늘나라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이 니코데모라는 바리사이와의 긴 대화이지만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서 체험하고 살기를 당부하시는 말씀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그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말로써 고백받는 순간도 있을 것이고 말로 고백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서 선물을 대신해서 마음을 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일 확실하고 가장 소중하고 고귀한 것은 두 사람이 상대에게 가지는 신뢰가 가장 큰 선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직도 가족을 이루고 비록 여러 가지 이유로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도 있지만 그래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서로 사랑한다는 신뢰가 있어서 가능합니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는 심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단어와 심판이라는 단어는 전혀 성격이 다른 것이고 함께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랑하기에 심판한다는 말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믿음과 세례는 하느님과의 사랑을 시작하는 첫 번째 관문입니다. 우리는 관문을 통화하였고 오직 믿음 안에서 하느님과의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는 심판이 없습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우리의 삶 안에서 믿음을 보여주고 우리 삶 매 순간에 일어나는 어떠한 일에도 당신의 애정을 보여주십니다. 그 애정을 우리는 우리의 신앙으로 느끼고 체험하고 살아가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느님에게서 오는 심판에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그분의 심판을 두려워하는 것은 그분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잘못이나 결점 인지하고 사는 것은 하느님을 다시 사랑할 좋은 기회이고 다시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속삭임입니다. 현실의 고통에 두려워하고 도피하고 싶은 마음 역시 신앙이 있는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가족 간의 갈등, 미움, 분노 또는 직장 안에서의 미움과 분노, 좌절 절망 심지어 나 자신에게 실망과 미움 역시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 이전에 가족에 대한 사랑 이전에 공동체 구성원을 사랑하기 이전에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먼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약해지고 느슨해진 사랑이 발견되면 다시 튼튼하게 만들고 더욱 단단하게 묶어 하느님을 사랑해 보십시오.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리 삶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자주 부르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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