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 2주일 강론

 어느덧 2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사순 제 2주일 이기도 합니다. 다음 주면 아직도 추운 날씨이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꽃피는 춘삼월로 들어갑니다. 아직도 봄 오려면 한참 남았지만 그래도 3월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봄과 관련하여 생각하게 합니다. 꽃피고 새가 우는 춘삼월의 봄 날씨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만, 마음 안에는 벌써 벚꽃이 피고 개나리가 피웠습니다. 그래도 굴곡이 심한 늦겨울 날씨에 건강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사순 2주일 복음은 예수님의 변모 축일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 제자 중에서 가장 가깝게 지내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따라 데리고 타볼산이라는 곳으로 가십니다. 거기에서 제자들에게 모세와 엘리야와 대화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과연 이 광경이 어떤 의미를 나타내는 것입니까?

 

성경학적으로는 이런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다음에야 비로소 그분이 하느님의 유일무이한 아들이심을 명백히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 평소 자기들이 스승을 따라다닐 무렵 그분의 인품과 언행이 비범한 면이 있었음을 상기하고 하느님의 외아들이셨기에 그러셨다고 하는 생각을 뒤늦게 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이 부활하시기 전에도 하느님의 외아들이셨음을 밝히려고 변모 이야기를 첨가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변모 이야기에 있는 소재들을 보면 하느님이 시나이 산에서 모세에게 나타나신 이야기(탈출 24)에 나오는 소재와 비슷한 게 많습니다(엿새, 구체적 동반자 세 명, , 구름에서의 소리). 이것은 예수님께서 하느님과 같은 초월적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변모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복음에 나오는 베드로, 야고보, 요한이 아니고 나 자신을 데리고 가셨다고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동시에 내가 신앙생활에서 가장 도움을 받았고, 도움을 주었던 사람 두 사람을 데리고 가시기 바랍니다. 나와 두 사람이 예수님의 인도를 받아 타볼산이라는 곳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우리 세 사람은 예수님께서 구약의 대표적인 인물 모세와 엘리야를 만나서 대화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복음 말씀처럼,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났다.”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광경을 우리 자신이 보고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이 순간에 나에게서 나올 수 있는 고백은 무엇이겠습니까? 베드로 사도의 고백은 현실에 맞는 고백입니다. 이 순간을 어떻게든 놓치고 싶지 않은 심정을 그대로 드러낸 것입니다. 영광스러운 모습을 간직하고 싶고 베드로 자신도 그 영광 속에 있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오직 인간적인 영예와 영광만을 보았을 뿐입니다. 누구나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영광된 모습이 사라지고 산에서 내려오면서 하신 예수님 말씀을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하고 분부하셨다.” 부활의 영광과 기쁨 전에 죽음, 그 이전에 수난과 고통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의 영광, 부활의 영예, 부활의 찬송을 듣기까지는 고통과 죽음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누릴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복음을 어느 신부님은 십자가와 영광의 결합이 보여주는 신비라고 하기도 합니다.

 

정말로 정확한 진단이고 정확한 말씀인 것 같습니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까지는 스스로 세상에로의 강한 열망이 필요합니다. 열망이 있기에 알을 깨는 고통이고 이를 지켜보는 어미 닭 역시 고통을 함께 느낀다고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 자신들이 세상살이에서 주어지는 삶의 고통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참고 견디기를 간곡히 원하고 계십니다. 삶에 대한 애착과 열망을 가지고 살기를 원하십니다.

 

새 성전에 대한 강한 열망이 모든 교우에게 있을 때, 우리는 그 성전의 영광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영광이 있기까지 우리 앞에는 우리 공동체가 함께 지고 가야 할 십자가가 있음을 공감해야 합니다. 교우들 각자의 삶이나 우리 공동체의 삶이나 어디에나 영광도 있고 기쁨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영광과 기쁨의 성취는 반드시 힘든 고통이 있음을 알고 모두가 나누어 지고 가는 사랑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은혜롭고 축복된 사순 2주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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