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 1주일 강론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수요일 재의 수요일로 시작하여 긴 사순절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수요일 새벽 미사에 교우분들이 많이 나오셨습니다. 수요일에 재를 받지 못한 교우들을 위해서 주일 미사 중에 예물 봉헌과 함께 머리에 재를 바르겠습니다. 사순절 동안 치열하게 그리고 즐겁게 사순시기에 맞는 삶을 모두 같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순시기는 파스카의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설정된 40일간의 기간을 말합니다. 사순절이 되면 신자들은 이미 받은 세례를 다시 생각하고 참회행위를 통해서 빠스카의 신비체험을 준비합니다. 이 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주님의 만찬 미사 전까지 계속되며 사순절 시작부터 부활 전야제까지의 미사에서는 대영광송과 알렐루야를 하지 않습니다. 사순절이 시작하는 수요일은 온 세계에서 단식일(斷食日)로 지내며 머리에 재를 얹습니다. 이 시기의 주일은 사순 제1, 2, 3, 4, 5주일이라 부르고, 성주간(聖週間)이 시작되는 제6주일은 '주님의 수난 성지주일'이라고 부릅니다. 성주간은 메시아로서의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으로 시작해서 주님의 수난을 기념하기 위해 설정되었습니다. 성주간의 목요일 아침에는 주교가 사제단과 미사를 공동집전 하면서 1년 동안 사용될 성유(聖油)를 축성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초대 교회에서는 3세기 초까지는 기한을 정하지 않고 부활절전 2-3일간 예수의 수난을 기억하였으나, 니체아 공의회(325) 이후 40일로 기간을 정하였습니다. 그레고리오(재위 590-604) 교황 시절부터 재의 수요일이 사순절의 시작일로 정착되었다. 40이라는 숫자는 그리스도가 공생활을 시작하기 전 광야에서 40일간 단식하며 기도했던 사실에서 유래된 숫자입니다. 이외에도 구약성서에서도 40이라는 숫자가 자주 등장하기도 합니다. 노아의 홍수기간, 모세가 십계를 받기 전 단식기간, 히브리인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한 후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 방랑기간, 호렙 산에서 엘리아가 기도하던 기간 등은 모두 40이라는 숫자와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순 1주일의 복음은 마르코 복음 1장의 말씀을 우리에게 전합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서 잘 아는 예수님의 유혹 이야기를 아주 간략하게 전합니다. “그때에 성령께서 예수님을 광야로 내보내셨다.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다.”라고 전합니다. 다른 복음과는 다르게 마르코 복음은 그 유혹의 내용에 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마태오나 루까는 유혹의 내용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합니다. 아마도 마르코가 복음을 서술할 때는 예수님의 유혹에 주위의 이야기들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전혀 사실 무근이 아니라고 속단할 수도 없습니다. 유명한 위인들이 나라를 구하러 나가기 전에 여러 가지 시험을 당하여, 영웅으로서의 확인을 받는 과정들에 관해서 이야기들을 많이 들으셨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 40일간의 과정을 통해 메시아로서의 구원사업 사명을 확신하셨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40일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가 우리에게도 크게 와 닿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유혹을 받고 살아갑니다. 어떻게 보면 매 순간 유혹이 우리 앞에 놓여있고, 우리는 매 순간 올바른 선택을 통해 그 유혹을 피해 가거나 잘 뿌리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릇된 선택을 통해 그 유혹에 빠져 큰 어려움을 만나기도 합니다. 예수님에게 있어서 악마로부터 받은 유혹의 공통점을 하느님을 떠나라는 유혹입니다. 마태오 복음이나 루까 복음을 보면 그 유혹의 내용을 잘 알 수 있습니다(마태 4, 1-11: 루카 4, 1-13). 그 유혹은 다름 아닌 하느님보다 더 큰 능력, 권한을 주면서 하느님과 대적시키려는 불순한 동기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유혹은 다름 아닌 하느님의 계명길을 벗어나는 유혹이 대부분입니다. 과거 신앙을 가지기 전에는 자신의 중심으로 무엇이든지 선택하여 나의 탐욕을 채우는 것이 먼저였다면, 세례를 받고 신앙을 가지면서 자신 중심보다는 하느님 중심으로 옮겨 오는 과정에서 올바른 선택과 결정을 앞에 두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것이 바로 유혹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자신의 이익과 안락함에 대해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하느님 보다는 자신을 위한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순시기는 이러한 나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켜 하느님 중심으로 살아보자는 시간입니다. 결코 혼자 선택하고 결정할 수 없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면서 도와주시시고 함께하시기를 청하는 시간이 사순시기입니다.

사순시기에 주시는 은총과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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