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새해 첫 주일입니다. 우리는 새해를 시작하는 지난 월요일에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지내면서 새해, 새날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힘차게 새해를 시작하였습니다. 겨울의 한중간에 있지만 따뜻한 기운과 함께 새해 첫 주일에 하느님을 우리 온 마음과 온 마음으로 찬미 찬양하면서 새해 첫 주일을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올 한해도 하느님 축복 안에서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기도합니다.

 

오늘은 얼마 전에 탄생하신 예수님께서 멀리 동방에서 온 현자들의 인사를 받는 날입니다. 하늘의 별을 보고 먼 길을 걸어와 예수님을 알아 뵙고 마음을 다해 인사드리는 동방에서 온 박사들 바로 뒤에서 우리도 같이 인사드리는 모습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공현(公顯, Epiphany)라는 뜻은 공적으로 드러낸다라는 의미입니다. 동방의 전통에 충실하였던 현자들은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그냥 온 것이 아니라 선물을 가지고 오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았습니다. 초대교회 교부들은 동방에서 온 현자들이 아기 예수님께 드렸던 선물, 황금은 예수님의 왕위를 상징하고, 유향은 신성을 몰약은 인류를 위해 죽으실 예수님의 희생을 나타낸다고 해석하였습니다. 신학자 칼 라너 신부는 황금은 우리의 사랑’, 유향은 우리의 그리움’, 몰약은 우리의 고통’”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오늘 동방에서 온 현자의 방문에 대한 기록은 마태오 복음서만 유일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제 예수님은 이제는 유대인들만의 구원자가 아니라 동방에서 온 현자들의 인사를 받으시면서, 이방인을 대표하는 현자들의 흠숭과 찬미를 받으십니다. 우리 역시 동방에서 온 현자들의 뒤를 이어서 그분께 흠숭과 찬미, 찬양을 온 마음으로 드려야 할 것입니다. 오늘 지내는 공현 대축일은 성탄 대축일과 같은 선상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한국의 전통에 따르면, 새로 태어난 아기들을 곧바로 가족이나 친척에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공현 대축일 역시 그런 맥락에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공현 대축일에 이방인들이 와서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방 교회에서는 오늘을 성탄 대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특별히 사람이 되시어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내 보이시는 신적 본질의 징표들을 묵상해야 합니다. 동방에서 온 현자들은 그분의 인간성이 아니라 신성(神性)을 알아보았습니다. 우리는 성탄 대축일과 공현 대축일을 지내면서 이 세상에 인간으로 오신 예수님이시지만 동시에 그분은 하느님의 신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따라서 공현 대축일을 지내는 우리에게 주시는 은총은 우리도 하느님처럼 되라는 부르심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으로부터 신성을 부여받습니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공현 대축일 다음에 오는 주일을 주님 세례 축일로 지냅니다. 올해는 8()에 주님 세례 축일을 지냅니다. 이러한 신성, 하느님 다운 것’, ‘신적 성향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신성을 마리아가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는 순간에 받았고, 파혼하려고 마음 먹은 요셉이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일 때 받았습니다. 또한 예수님 오심을 온몸으로 설파했던 세례자 요한이 받았습니다. 또한 스승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쳤던 제자들이 받았습니다. 교회 역사 안에서 수많은 성인, 성녀들이 이러한 신성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하느님처럼 이 세상에서 살았습니다.

우리 역시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으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하느님처럼 될 수 있는 신성, 신적 성향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세상에서 하느님처럼, 다시 말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살수 있습니다. 그 은총과 능력을 우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하느님을 버리지 않는 이상 떠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성질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성향으로 용서할 수 있고, 희생할 수 있고, 봉사할 수 있고, 배려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성향으로 올 한 해도 살아가는 것이 동방에서 온 현자들이 드렸던 선물보다 더 값진 선물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하느님 성향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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