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3주일 강론

 2년 만에 많은 눈이 왔습니다. 많은 불편함을 초래하였지만, 자연의 섭리 앞에서 인간이 할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다시 한번 느끼는 한주였습니다. 겨울 눈에 익숙한 삶의 현장이지만 불편함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 눈 치우는 차를 보내주어서 쉽게 빨리 치워서 다행입니다.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1월의 셋째 주일이고 벌서 중순을 넘어 1월 말로 들어왔습니다. 연중 제3주일입니다. 지난 주 복음이 요한복음에서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가 예수님 함께 지내고, 그의 형 베드로에게 가서 메시아를 만났다고말하고 베드로를 예수님께 데리고 간 내용이었습니다. 예수님과 베드로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오늘은 마르코 복음에서 예수님은 요한복음과는 다르게 베드로와 그의 동생 안드레아,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을 만나 그들을 부르시는 장면을 읽습니다. 공생활을 시작하시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면서 제일 먼저 하신 일은 당신과 함께 하느님 나라를 선포할 제자들을 부르시는 일이었습니다. 곧 예수님의 협조자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첫 번째 제자를 부르시는 장면이 오늘 복음입니다.

 

유대인들의 관습에 따르면, 유명한 율법 학자가 있으면 먼저 제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찾아가서 제자로 받아주기를 간청하면, 율법 학자는 찾아 사람의 가문이나 부모, 교육의 정도를 보고 선택하든지 돌려보내든지 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유대인들의 관습을 완전히 무시하시고 당신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하십니다. 순전히 당신의 의지대로 선택하십니다. 중요한 것은 나를 따라 오너라라는 그 말씀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갔다.”라고 복음은 전합니다. 예수님을 따라간 그들은 그물을 버리고”, 어부에게 있어서 생계 수단의 제일 중요한 것은 그물입니다. 모든 것을 버린 것과 같습니다. 이제 생업인 어부를 하지 않고 예수님에게 의지하며 살아가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나아가서 따라 오너라라는 희랍어 원문의 뜻은 내 뒤에 서라(come after me)”라는 말입니다. 이 말씀의 의미는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지성, 도덕, 사고방식, 삶의 관습 등 모든 것을 버리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방향으로 따라오라는 말씀입니다.

 

또한 주님의 이러한 부르심(calling)에는 '...되게 하리라'(포이에소, ποιήσω)는 목적이 수반되어 있습니다. 즉 그분의 부르심은 허황하고 맹목적인 것이 아니라 부르신 그들에게 하느님 나라 건설의 위대한 주역의 역할을 맡기시리라는 약속을 포함하고 있기도 합니다. 예수님을 따라간 네 명의 형제들은 이제 예수님과 함께 동고동락 하면서 서서히 하느님의 사람, 예수님의 사람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가야 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산은 너무나 높았고 건너야 할 강은 너무 깊고 넓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장애물이 있음을 몰랐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서서히 자기도 모르게 예수님의 사람이 되어갑니다. 결정적으로 예수님의 사람이 된 사건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체험하고 난 후에 이루어졌습니다. 예수님의 사람이 되었음을 보여준 최고의 증언은 스승을 따라 죽음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보상은 비참한 죽음이었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비참한 최후를 마친 제자들에게 동정을 품었겠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을 보았고 지상에서는 맛볼 수 없는 영광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일방적으로 선택된 사람들입니다. 그분의 제자입니다. 그분 뒤에 서서 따라가고, 살아가는 제자들입니다. 그 옛날 복음에 나오는 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간 그 제자들과 같은 사람입니다. 신앙생활에서 삶의 영화를, 삶에서 남들이 갖지 못한 행운을, 따른 사람들보다 더 큰 축복을 바라지 마십시오. 좋고 축복된 것을 바라지 말고 그냥 예수님 뒤에 서서 묵묵히 따라 살아가면 됩니다. 우리를 불러주신 예수 그리스도 뒤에서 그분 따라서 살면 됩니다. 주시는 모든 것에 감사하고 축복이라 여기십시오. 시련도 아픔도 상처도 내일에 오는 축복과 영광의 준비임을 생각하고 살아가면 됩니다.

우리를 불러주시고 제자의 품위까지 올려주신 하느님께 진심을 다하여 감사하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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