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2023년 마지막 날입니다. 올 한 해도 열심히 살아오신 모든 교우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축복해주셔서 2023년 마지막 날을 맞게 해 주신 것에 감사드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미사에서 2023년에 하늘나라로 가신 형제, 자매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전례력으로 오늘은 성탄 8부 축일의 마지막 날이기도 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이날을 나자렛의 성가정을 기억하도록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을 지냅니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도 인간의 굴레에서 사셔야 하셨기에 가정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 가정의 주인공은 잘 아시는 것처럼 요셉과 마리아이고 그 아들은 예수님입니다. 복음서는 예수님의 유아기 시절의 이야기는 루까 복음 밖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이 나자렛 성가정의 예수님 유아기 시절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서에 이어서 뒤따라 나오는 40-53절까지가 덧붙여 있습니다. 예수님의 부모님은 유대교 전통에 따라서 사내아이에게 주어진 종교적 관습을 따랐고, 시메온 이라는 예언자로부터 부모에게 하느님의 메시지가 전해졌습니다. 그 메시지를 들은 요셉과 마리아는 가슴 벅찬 감동보다는 아들 예수님에게 대한 신비로움을 가슴에 안고 살았습니다. 오늘 복음에는 나오지 않지만, 오늘 복음에 이어서 나오는 구절에서는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라고 나옵니다. 하느님께서 예수님과 함께 계셨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교회는 오늘 성가정 축일을 지내면서 세상의 모든 가정을 축복하고, 가정을 이루고 사는 세상 사람들에게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고 나자렛의 성가정을 본받아 살기를 강하게 권고합니다. 나자렛의 성가정에도 추측건대 오늘날 우리의 가정과 별반 다르지 않게 살았을 것입니다. 항상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것이 아니고 우리의 가정과 같았을 것입니다. 비록 하느님의 축복이 분명히 나자렛의 가정에 머물러 있었지만, 우리가 겪었던, 겪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겪어야 할 인생살이 모든 아픔과 고통을 겪으면서 살았을 것입니다.

 

오늘 제 1독서와 제 2독서는 가정을 이루고 사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두 독서의 말씀에 예외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또한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고 신자로서 성가정을 이루고 싶다면, 그 기준은 두 독서 말씀에 충실할 때 가능합니다. 1독서는 집회서 말씀을 봉독하면서 좋은 가정의 조건은 부모 공경에 있음을 알립니다. 정성스러운 부모 공경은 자녀 각자가 지은 죄를 상쇄해주며 그 자녀 역시 후손에게 공경받을 것임을 상기 시켜 줍니다. 2독서 역시 바오로 사도는 가정생활과 세상살이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져할 태도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첫 구절의 말씀이 우리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된 사람이고, 거룩한 사람이며 사랑받는 사람임을 강하게 상기시킵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선택된 사람이고 거룩한 사람이며 사랑받는 사람이기에 이 은총과 축복을 혼자 누리면 안 되기 때문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가지고, 우리가 만나는 사람에게 베풀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가정을 잘 꾸리고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또한 각자의 가정에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분명한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께서는 각자의 가정에 함께 계시고 항상 가족이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축복해 주시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우리 가정에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하고 어려움을 호소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가족 구성원 각자가 올바른 역할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 보시기 바랍니다. 자기 역할에 충실하지 못할 때, 가정의 불화는 시작됩니다. 가족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다시 재정립하고, 그 역할을 충실히 그리고 때로는 인내를 가지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볼티모 한국순교자 성당의 모든 가정을 축복하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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