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 4주일 강론

 겨울이지만 날씨가 포근합니다. 올겨울에는 눈이 많이 온다고 보도가 되었지만 아직까지는 비가 많이 오고 있습니다. 모두가 따뜻한 겨울을 보냈으면 합니다.

 

대림 4주일이 하루만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도 사제 생활 30년 만에 처음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 탄생 예고에 관한 말씀입니다. 예수님 탄생에 자세한 예고는 유일하게 루까 복음에만 나오는 말씀입니다. 마태오 복음에는 간략하게 요셉을 통해서 나오고 있고, 마르코 복음에는 아예 나오지 않습니다. 요한 복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서학적 관점에서 보면, 루까 복음사가는 예수님의 탄생을 서술하기 위해 먼저 세례자 요한의 출생을 상세히 보도합니다. 대림 2주일, 3주일에 우리는 이미 세례자 요한을 만났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세례자 요한이 메시아이신 예수님의 오심을 준비하는 선구자 역할을 했듯이, 탄생에서도 요한의 출생이 예수님의 탄생을 미리 알려주는 것임을 두 주간의 강론에서 누누이 강조하였습니다. 루까 복음의 저자는 세례자 요한을 하느님의 구원역사에서 전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 메시아의 선구자로 그리고 그분을 증언하는 증언자로 언급하면 요한이 위대하지만 그의 위대한 역할이 후에 등장할 메시아 예수님의 위대함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돋보이게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은 이제 세례자 요한을 지나 예수님 탄생의 마지막 단계인 인간의 힘을 빌려서 이 세상에 오시는 구세주의 마지막 협력자 한 여인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우리가 잘 아는 마리아라는 처녀입니다. 예수님의 탄생 예고는 요한의 탄생과 비교해 볼 때, 많이 다른 점이 있습니다. 요한의 탄생은 부모의 간절한 청원에 의한 것이라면, 예수님의 탄생은 하느님의 특별한 섭리에 의한 것입니다. 요한이 기적적으로 출생했지만 결국은 자연적인 출생인 반면에, 예수님의 탄생은 초자연적인 탄생이었습니다. 요한이 기적적으로 출생한 인물들은 이사악과 사무엘의 경우처럼 구약 성경에 나타나 있지만, 하느님의 특별한 섭리에 의해 탄생한 경우는 예수님이 유일합니다.

 

오늘 복음의 주인공인 마리아에게 우리의 눈길을 돌려 고정해봅시다. 복음 말씀에 따라서 마리아가 천사 가브리엘을 만나는 장면을 가만히 상상해 봅시다. 마리아는 꿈에 가브리엘 천사를 만났습니다. 마리아는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꿈들을 꾸었을 것이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생생한 꿈은 처음이었습니다. 또한 그 분명한 천사의 모습에서 자신에게 들여오는 목소리 또한 선명하고 정확하게 들리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메시지가 어린 마리아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소식이었습니다. 아무리 하느님의 천사이지만 어린 처녀가 짊어지고 가기에는 너무나 힘든 것이었습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단순한 문자이지만 이 안에는 마리아 혼자 걸어야 가야 하는 외로움과 고독과 힘겨움이 담겨있는 고백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하느님의 축복 속에서 천사를 만났기에 마리아에게는 하느님의 위로와 격려가 있었습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이여, 기뻐하여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이 천사의 말에서 하느님의 성령이 마리아와 함께 있었기에, 인간적인 나약함을 하느님께 맡겨드리고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응답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하늘의 천사들이 이 자리에 계신 교우들에게 인사합니다. “은총이 가득한 볼티모 순교자 성당의 교우들이여, 기뻐하여라.” “너희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이 천사의 목소리가 교우들 귓가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시련 가운데 있는 사람에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은 고통 가운데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은 외로움 가운데 있는 우리에게 다가 오십니다. 그분이 이제 오십니다. 그분께서 위로하고 격려하는 축복의 말씀을 듣도록 합시다.

오늘 저녁에 그분의 오심에 마중 나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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