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 1주일 강론

12월의 첫 주일이고 대림 1주일입니다. 대림절을 시작하는 12월이고 2023년 마지막 달입니다. 12월에도 교우분들이 하느님 사랑 안에서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한해 마무리 잘하시기를 바랍니다.

 

대림 시기는 교우분들이 잘 알고 계시듯, 성탄 전 4주간을 말합니다. 올해는 대림 시기가 너무 짧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림 4주는 24일 하루밖에 없습니다. 저도 사제생활 30년 동안에 이런 경우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하였습니다. 비록 짧은 대림 시기이지만 열심히 예수 그리스도 오심을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시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시도록 마음과 행동으로 기도하면서 기다리면 좋겠습니다. ‘기다림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왠지 모르게 설레게 합니다. 누구를 기다린다는 것, 그 기다리는 사람이 보고 싶은 사람이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만나고 싶은 것이 모든 사람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림 1주일 복음은 마르코 복음 13, 33-37절의 말씀으로 깨어 기다리는 문지기가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마르코 복음뿐만 아니라 대림 1주일의 다른 복음, 마태오와 루카 역시 세상 종말에 대해서 전하고 있습니다. 종말에 관한 내용을 성경에서는 계시적내용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 우리는 조금 어렵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계시적 내용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현 상태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세상은 영원히 존재하지도 않고, 우리에게 참된 고향이 되어주지도 못합니다. 우리는 세상 권력이 아닌 하느님의 결정이 지배하는 또 다른 세상을 갈망합니다. 그래서 대림 제1주일은 하느님이 주관하시는 세상을 갈망하고 예수님이 오시기를 기다리는 복음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예수님이 오시면 세상이 더 좋게 변할 것임은 틀림없습니다.

 

예수님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우리에게 오십니다. 그래서 오늘 마르코 복음은 주인이 갑자기 오기 때문에 문지기에게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깨어 있어라.” 또한 이 말씀이 모든 사람에게 하시는 말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는 문지기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깨어 기다린다는 말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문지기가 주인을 기다리면서 어떤 행동과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 행동과 태도에 따라서 착하고 성실한 문지기가 될 것이고 아니면 악한 문지기가 될 것입니다. 4세기 때 수도자 에바리스도는 수도자의 태도를 문지기에 비유하면서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내면의 집을 지키는 문지기처럼 낯선 생각과 감정이 우리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깨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나 자신의 주인으로서 문지기의 역할을 못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우리 내면의 집은 우리를 규정짓는 상처, 우리 안에 눌러앉은 분노, 우리 안에 자리 잡은 불안과 실망 등에 불법으로 점령당해 있습니다.

 

우리는 마음의 문 앞에 지키고 서서 안으로 들어오려는 모든 생각의 정체가 무엇인지, 무엇을 바라는지, 무슨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인지, 내면의 소유권을 두고 싸움을 거는 이방인은 아닌지 물어보아야 합니다. 착하고 성실하면서 자신의 직분을 잘 수행하고 있는 문지기는 분명히 지혜롭고 식별을 잘하는 문지기입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나의 약점이 무엇이고, 나의 장점이 무엇이며, 현실에 내가 추구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잘 아는 사람입니다.

동시에 인간으로서 저지른 실수를 과감하게 인정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용서를 청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나의 경솔한 생각, 나의 경솔한 행동, 나의 섣부른 결정과 판단이 다른 사람에게 혹시나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를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착하고 성실한 문지기입니다.

 

대림 시기를 시작하면서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다 잡아 보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을 믿으면서, 열심히 하느님께 기도하면서 그러나 하느님이 안 계시는 것처럼 행동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는지 대림 시기에 열심히 자신을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오시는 예수님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는 열쇠는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기억하면서 대림 시기 시작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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