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

 교우분들 추수감사절은 잘 지내셨습니까? 가족들이 함께 모여 즐겁게 지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오늘 가톨릭교회는 전례력으로 한해의 마지막 주일을 지냅니다. 그래서 이번 한 주간을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주간으로 지냅니다. 전례력으로 한해를 마감하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은혜가 감사드리면서 우리 신앙의 대상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의 왕으로 모시면서 더욱더 겸손하고 모습으로 그분께 가까이 다가가는 한 주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최후의 심판장면이 나옵니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에 싸여 천사들과 함께 오면.”, 사람의 아들이 모든 민족을 모아 심판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성경학자들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최후 심판 이야기를 오늘 말씀이 예수님의 순수한 말씀이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생전에 당신 자신을 종말 심판관으로 여기셨다고 볼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항상 하느님을 알리려고 애쓰셨지 결코 당신 자신을 선전할 생각이 없으셨습니다.

 오늘 말씀의 본질은 하느님께서 임금님으로 인류를 심판하실 때 사랑의 실천, 자비의 실천 여부에 따라 영원한 생명과 벌을 결정하신다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하느님께서는 어느 누가 불쌍한 이들에게 해준 사랑의 실천이 당신 자신에게 베푼 사랑의 실천으로 간주하고 계심을 우리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세상 종말에 있을 하느님의 심판에서 각 사람의 행위를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인종이나 종교나 지성이나 부나 권력의 차이가 아니라 고통받는 이웃에 대한 태도의 차이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후 심판 때에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사실은, 이웃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나 미움을 통하여 우리가 하느님 자신을 직접 만났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동료 인간에게 베푸는 자비와 사랑, 반대로 동료 인간에게 보내는 무관심과 미움은 그 행위가 어떤 이름으로 이루어졌든지 하느님께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하느님은 고통받는 인간 안에서 현존하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쉽게 생각하면, 종말의 심판 기준은 종교나 신앙도 아니고 기도와 예배도 아니며, 오직 불행한 이웃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가련히 여기는 마음, 애련히 여기는 마음, 궁휼히 여기는 마음이다. 더 정확히 말해서 연민의 정, 측은지심(惻隱之心), 자비심을 지니고 사랑의 실천이 잣대라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쉽습니다. 이것은 그리스도 신앙고백이 종말 심판의 기준이라는 말씀과 상치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입으로 고백하는 신앙이 대수가 아니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것(사랑의 실천)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마태 7, 21-23) 상기한다면 종말 심판의 두 가지 기준 사이의 모순은 해소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리스도인들 받은 세례의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살겠다는 약속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는 예수 추종의 종교라고 합니다. 그분이 가신 길, 발자취, 그분의 마음, 그분의 행위를 그대로 따라가겠다는 뜻입니다. 그중에 제일 큰 믿음은 하느님의 뜻(사랑의 실천)을 살아가는 동안에 실현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보시기에 우리는 보잘것없고 나약한 존재이지만 세례의 은총으로 나약함을 극복할 수 있는 은총이 우리에게 머무르고 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은총의 힘으로 아버지의 뜻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그 뜻은 다름 아닌 이웃사랑이고 나눔입니다. 이러한 이웃사랑과 나눔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사랑의 이중 계명을 주신 것입니다. 추수감사절이나 한국의 추석 같은 각 민족의 고유한 명절의 본질은 이웃사랑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삶을 끝내고 하느님 앞에 갔을 때 모두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당당히 고백하면서 살아왔음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고 그 다음 물음, 얼마나 이웃을 사랑하고 얼마나 많이 나누고 살았는지를 물으실 것입니다. 그 답은 하느님과 우리 자신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좀 더 사랑하고 좀 더 나누고 그래서 주님께서 세상 창조 때부터 우리를 준비한 나라를 차지하면 좋겠습니다.

온 누리에 왕으로 오시는 예수님께서 우리 교우들 축복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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