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33주일

 추수감사절 주간입니다. 한국에도 추석이 있듯이 미국에도 추수감사절이 다가옵니다. 추수감사절의 역사는 162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 해는 자신들의 종교적 자유를 위하여 영국을 떠난 청교도들이 메사추세츠주에 도착한 해입니다. 그러나 혹독한 겨울을 거치면서, 그 중 절반 가량이 목숨을 잃게 되자, 청교도들은 주변에 있던 인디언들에게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인디언들은 그들에게 옥수수와 다른 작물들을 재배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합니다. 그 다음 해 가을에 많은 수확을 거두게 되자, 청교도들은 감사하는 의미에서 추수감사절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오랜만에 함께 모이는 좋은 시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교회의 전례력으로 얼마 남지 않은 연중 주일입니다. 다음 주면 그리스도왕 대축일이며 마지막 연중 주일입니다. 12월 첫 주일부터 우리는 대림 시기를 맞이합니다. 주님께서는 계속해서 몇 주일 동안 세상 종말에 대해서 말씀하시시고 계십니다. 지난주의 열 처녀 우화의 이야기를 통해서 깨어 기다리는 삶을 말씀하셨고, 이번 주에는 탤런트의 비유 말씀을 통해 세상에 사는 동안 하느님께서 주신 자신만의 고유한 능력을 한껏 발휘하는 삶을 살기를 강력하게 권고하십니다.

성경학적으로 이 비유의 원초적 의미를 두고 견해가 분분합니다. 비유 이야기 전체의 흐름에 유의해야 올바른 이해가 가능합니다. 1탈런트의 값어치는 6,000데나리온입니다. 예수님 당시에 1데나리온은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었습니다. 1데나리온은 10달러 정도 됩니다. 4일 가족의 일년 최저 생계비가 250~300데나리온이었다고 합니다.

주인이 여행을 떠나면서 종들에게 각자의 능력대로 돈을 맡기면서 그것을 밑천으로 자신의 재산을 불리라고 명령하였습니다. 주인이 한참 후에 돌아와서 종들과 셈을 했는데, 자기 재산을 부지런히 늘린 종들에게는 후한 상을 주고, 전혀 재산을 늘리지 않은 게으른 종에게는 벌을 내린다는 비유 이야기입니다. 31주일과 32주일 복음이 종말에 대한 준비와 경각심에 대해서 말씀하셨다면, 오늘 복음은 현실에 대한 주의를 말씀하십니다. 다시 말해서, 현실의 삶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잘 준수하면서 살아가기를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하느님의 뜻은 현실의 삶 안에서도 하느님 나라를 생각하고 갈망하면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살아가기를 강력하게 원하시는 것입니다. 오늘 비유 말씀에서 주인은 종들에게 얼마를 더 많이 벌었는지를 묻는 게 아닙니다. 주인이 떠나면서 맡긴 돈을 어떻게 잘 사용하였는지 묻습니다.

주인이 종들과 셈하는 데 있어서 눈여겨볼 것은 결과 중심이 아니라 과정 중심임입니다. 주인이 맡긴 돈을 가지고 얼마를 벌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였는가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인의 엄중한 문책은 왜 맡겨준 돈을 활용하지 않은 데 있습니다’. 현실의 삶에서 얼마나 충실히 자기의 능력을 활용하였는가 활용하지 않았는가에 있습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능력에 최선을 다하여 사용하다가 실수 또는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 실수나 실패가 정당하게 하느님의 정의 차원에서 사용하다가 실수 또는 실패할 때 오히려 하느님은 우리에게 더 많은 위로와 격려를 해 주실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다음 주에 이어지는 유명한 최후 심판과 바로 연결됩니다. 열심히 주신 능력을 활용하여 이웃들과 나누고 살았다면, 그 사람은 이미 현실에서 하늘나라의 삶을 사는 것이며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우리는 이미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탈런트를 가지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경제활동이라는 개념과는 관계없는 것입니다. 또한 생각해야 할 것은 세상 안에서의 성과와 신앙 공동체 안에서의 성과는 일치되어야 합니다. 세상 안에서의 훌륭한 성과를 가졌다면 그 성과를 신앙 공동체에서도 성과를 내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능력을 세상과 신앙 공동체 안에서 충분히 발휘해야 하고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누구나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탈런트를 이 순간에도 발휘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능력을 우리 하느님 앞에 서는 순간까지 발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 한 주간을 살았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신앙 공동체를 위해서 자신의 탈런트를 발휘해 주신 교우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합니다. 교우들의 능력을 신앙 공동체 안에서도 빛을 내어 주시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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