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8 주일 강론

 완연한 가을 날씨입니다. 아침과 저녁은 이제 춥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낮 기온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의 온도를 기록하지만, 일교차가 많이 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게 체온 조절하시기 바랍니다.

지난주에는 손님 신부님들께서 미사 집전을 해 주셨습니다. 과거에 몇 번 오신 신부님도 계셨고 처음 오신 신부님도 계셨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갈수록 미사 참례 교우들의 숫자가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지난주 우리 본당의 미사 참례 교우들을 보고 많이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본당 공동체의 큰 숙제인 성전 건립에 기도로 함께하겠다는 격려의 말씀도 해 주셨습니다.

 

오늘의 복음 말씀은 3주 전부터 계속되는 예수님의 비유 말씀입니다. 첫 번째 주일의 비유는 포도밭 아들의 비유이고, 지난주 비유는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 말씀이고, 세 번째 비유인 오늘의 말씀은 혼인 잔치에 초대된 손님의 비유 말씀입니다. 세 가지 비유가 모두가 하느님의 나라가 이제는 유대인들의 것이 아니고 이방 민족들에게로 옮겨간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오늘 복음 역시 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의 하느님 나라의 차지는 전통과 관습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에 달려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순종하지 않고 완고한 이스라엘 백성 대신에 그리스도 교회가 하느님의 새 백성으로 선택된다는 말씀입니다.

 

성경학적으로 오늘 복음을 살펴보면, 마태오 복음의 내용은 예수님 승천 후, 많은 신생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유대인들에게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전하려고 하였지만 실패하였습니다. 그들은 도무지 예수님을 구세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서기 70829일에 1차 유대 독립전쟁에서 실패하여, 예루살렘은 로마 군인들에 의해서 무참히 파괴되었고 로마군은 성전을 불살라버렸습니다. 이때부터 신흥 그리스도교는 유대인을 상대로 선교를 포기하고 오로지 이방인들만을 상대로 선교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의 1-10절까지의 내용이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의미합니다.

이어서 11-14절까지의 말씀은 신생 그리스도교의 교우들의 신앙생활 실태를 말하고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의 저자에 따르면, 교회는 성스러움과 세속이 뒤범벅되어 있습니다. 교회에는 착실한 그리스도인들이 있는가 하면 사이비(似而非) 그리스도인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마태오에 의하면, 교회는 참 그리스도인들과 가짜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사는 혼합 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혼인 잔치 비유에서 가짜 그리스도인들을 일컬어 혼례복을 입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마태오는 지적하였습니다. 혼례복을 입은 사람들은 산상수훈의 가르침을 행하고, 아버지의 뜻을 행하며, 의로움을 행하고, 사랑의 이중 계명을 실천하며, 정의와 자비와 신의를 실행하고, 누구에게나 자비를 베푸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혼례복을 입지 않은 사이비 그리스도인들은 주님, 주님부르짖기만 하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행하지 않은 교우들을 의미합니다(7, 21-23).

 

복음 마지막 말씀이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우리는 예수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부르심에 응답하였기에 우리는 구원의 울타리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원이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구원은 나 혼자만의 열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구원의 주도권은 전적으로 하느님에게 있지만, 구원이 은총이 각자에게 시작된 만큼 그 은총에 합당하게 살아가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누구나 그 은총에 합당하게 살아가기를 원하지만, 가장 크게 방해하는 것은 우리 안에 가지고 있는 미움, 분노, 이기심, 독선, 오만, 시기와 질투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마음에 품고 사는 이상 우리는 절대로 혼인 예복을 입은 손님이 될 수 없습니다. 나 자신과 신앙 공동체에 사랑, 의로움, 자비를 베풀 때 혼인 예복을 입은 손님이 되는 것입니다.

혼인 예복을 잘 갖춰 입는 손님이 되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Comments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한가위 미사

연중 제7주일

연중 제31주일 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