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미사

 오늘 우리 공동체는 연중 제 25주일 미사 대신에 한국 국민의 최대 명절인 추석 미사를 봉헌합니다. 바쁜 이민 생활 중에 어느덧 한국의 명절을 소홀히 하거나 잊어버리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추석보다는 추수감사절이 더욱 익숙해져 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 신앙 공동체는 미사를 통하여 조상들에게 감사의 예를 나타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민족은 자기들 나름대로 가을 혹은 추수 때에 조상들에게 감사하는 관습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민족 대대로 내려오는 이 추석을 통해서 조상들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영원한 안식을 기도하고 또한 살아있는 가족, 친지들을 위해서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은 루까 복음 중에서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읽었습니다. 이 비유는 루까 복음에만 나오는 말씀입니다. 성경에는 비유라고 나오지만, 사실은 예화입니다. 비유는 이야기의 본뜻을 찾아야 하는데, 예화는 이야기를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드러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들은 우리는 어떤 내용인지 잘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루까 복음에는 예화가 많이 나옵니다. 루까는 이 어리석은 부자의 예화를 통해 탐욕을 조심하라는 오늘 복음 바로 앞의 말씀과 연결해 놓았습니다. 오늘의 이 예화는 재물은 죽음 앞에서 무력한 것이고, 부자는 자신의 재물을 가지고 인생을 즐길 계획을 세우지만 하느님은 그를 비웃으신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루까는 이 예화 끝에다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를 덧붙임으로써 자신이 이 예화를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 구절의 의미는 하느님 앞에서 부유하지 못한 사람은 남에게 베풀 줄 모르는 사람, 특히 가난한 이웃에게 베풀 줄 모르는 사람을 뜻합니다. 루까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행위를 강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서 제사라는 의미는 한국의 전통적인 관습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고 합니다. 하나는 조상들을 기억하며 그 은혜에 보답하는 관습이고, 둘째는 정성껏 준비를 음식을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친지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제사 음식을 단순히 가족들만 나누어 먹는 것이 아니라 주위에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자 음식을 나누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한국에 계실 때 제자 음식을 어머니께서 머리에 이고 이웃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져다주시는 모습을 보셨을 것입니다. 조상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이웃에게는 음식을 통하여 서로의 사랑과 정을 나누는 것이 제사의 근본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가족과 이웃과 나누고 사는 것은 민족을 초월하고 국가를 초월하고 종교를 초월하여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탐욕에 대한 경고의 말씀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탐욕(πλεονεξία, Greed, Covetousness)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 본능 중의 하나이며 이 탐욕으로 인해 인간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탐욕이라는 본능의 순기능 중의 하나입니다. 동시에 이 탐욕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역기능도 있습니다. 신약성성에서 말하는 탐욕은 안전의 수단으로 물질적 재화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재물이 최고하고 생각하고 재물에 대한 끝없는 욕심을 가지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화의 주인공을 말합니다. 모은 재산에 만족하면서 이제 먹고 즐기기만을 생각하는 그 주인공입니다. 이 주인공에게는 다른 삶의 여유에서 오는 다른 의미 있는 삶이라든지, 이런 삶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는 하는 마음 따위는 없습니다. 더더욱이 자선이라는 단어는 한번도 떠올려보지 못한 사람입니다.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인간에게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는 본능이 존재합니다. 이 본능이 존재하는 것은 나눌 수 있다라는 또 다른 본능이 작용하는 것입니다. ‘나눌수 있다는 본능과 우리가 살아오면서 배웠던 자선이라는 이성을 합쳐서 사랑이라는 신앙으로 살아가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그리스도인의 이상적인 인간상(人間像 )’입니다.

우리가 하느님 앞에 갔을 때 과연 하느님께서는 무엇을 우리에게 물으시겠습니까?

그것은 다름 아닌 살아오면서 무엇을 얼마나 나누고 살았는지를 물으시리라 생각됩니다. 무엇이든지 나누고 사는 한 주간 되고 의미있는 명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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