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2주일 강론

 9월의 첫 주일입니다. 가을의 문턱으로 들어갑니다. 9월도 본당의 교우분들이 하느님 사랑 안에서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

 

지난주 복음을 기억하십니까? 많은 분이 어제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지난주 일을 어떻게 기억합니까?’하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 맞는 말씀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일주일 전의 일을 기억한다는 것이 어렵습니다. 지난주 복음은 베드로 사도의 고백 내용입니다. “주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라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셨습니다. 그 열쇠는 물질적인 열쇠가 아니라 하늘과 지상 세계의 긴밀한 연결, 관계와 유대를 의미하는 말씀이셨습니다. 그리고 복음 마지막에 예수님의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씀하시면서 부활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리셨습니다. 다시 한번 상기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은 지난주에 이어 계속되는 말씀입니다. 지난주 마지막 복음 말씀을 좀 더 상세하게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수난, 죽음 그리고 부활에 관한 말씀입니다. 이 부분에서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듣고서는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반박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제자로서 스승이 수난과 죽임을 당한다는 말에 당황하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강하게 부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베드로의 말은 오직 인간적인 면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하느님의 섭리와는 전혀 관계없는 오직 인간적인 차원에서 한 말이었습니다. 여기에 예수님은 노기(怒氣)를 띠시면서 크게 꾸짖습니다. 그 노기가 얼마나 큰지 베드로에게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하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라고 말씀하십니다. 베드로는 천국의 열쇠를 받는 영광을 얻었지만 동시에 예수님에게서 사탄이라는 말도 듣습니다.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왔다 갔다 온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이 걸림돌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희랍어로 걸림돌이란 단어는 σκανδαλίζω(스칸달리조), σκανδαλον(스칸달론)”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스캔들이라는 단어입니다. 연예인들 혹은 유명인사들 사이에 자주 사용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걸리게 하다.’‘넘어지게 하다,’‘죄를 짓게 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희랍어 본문을 그대로 번역하면 너는 나를 죄짓게 하는구나.”라는 의미입니다. 오늘 사용된 걸림돌, 즉 스캔들은 아주 오래된 단어입니다.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데 갈 수 없도록 만드는 도구를 스캔들이라고 합니다. 신약 성서학적으로 풀이해 보면, 하느님의 뜻과는 반대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베드로 사도에게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하고 꾸짖으셨던 것입니다.

 

이 스캔들, 걸림돌을 우리 일상에서 겪는 장애물, 시련으로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장애물이나 시련들이 어디서 오는 것인가를 우리는 잘 분별해야 할 것입니다. 많은 경우에 나에게 오는 걸림돌, 스캔들, 시련 등이 무조건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으로 오해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스캔들을 만나지 않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스캔들은 나 자신이 만들어 내는 것을 망각하고 하느님께서 나에게 벌주기 위해서 주시는 것으로 오해합니다. 물론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시련을 주시기도 하고 걸림돌을 우리 앞에 놓으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앙의 깊이가 있는 분들에게는 시련과 걸림돌이 어디서 오는지 잘 분별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신앙의 힘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걸림돌을 잘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과 반대의 길로 가는 것은, 다르게 표현하면 양심에 어긋나는 길로 가면서 부딪치는 걸림돌과 시련은 우리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 분명합니다. 만약에 하느님의 뜻과 반대로 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 즉시 돌아서는 것이 현명한 것입니다. 우리 자신은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과 반대의 길인지 올바른 길인지 자신은 알고 있습니다. 신앙을 가진 우리는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습니다. 돌아서는 것이 바로 회개이고 하느님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하느님께로부터 힘과 용기와 지혜를 얻을 수 있음을 기억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걸림돌을 과감하게 걷어차고 올바른 길로 걸어가는 9월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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