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1주일 강론

 8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시원하다 못해 쌀쌀하기까지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8월 마무리 잘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을 향한 베드로 사도의 고백을 듣습니다. 고백의 내용이 솔직 담백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베드로 사도로부터 고백을 들은 장소인 필립보의 가이사리아는 헤로데 대왕의 아들이며 갈릴래아 영주 헤로데 안티파스의 이복 동생인 헤로데 필립보가 헤르몬산 아래 지하수가 솟아나는 자리입니다. 기원전 2년경에 세운 도시라고 합니다. 오늘날 시리아 남서쪽에 있습니다.

 

성서학계에서는 과연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의 정체성에 대해서 이렇게 깔끔하고 담백하게 고백하였을까 하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베드로 사도의 성격이나 학식으로 볼 때는 이런 고백이 불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서학계에서는 베드로 사도의 개인적인 고백이라기보다는 예수님 부활 이후 초대 교회의 신앙 고백을 마르코가 복음을 서술하면서 첨가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수님 부활 이후 성령을 받은 사도들과 신자들이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냐고 사람들로부터 질문을 받았을 때 할 수 있는 대답은 오늘 복음에 나오는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답하였습니다. 결국은 오늘 복음의 베드로 사도의 고백은 개인의 고백이라기보다는 초대 교회 공동체의 고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고백이 2,000년 지난 지금까지도 신앙 고백으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 공동체도 이런 신앙 고백을 합니다. 아름다운 고백입니다.

 

공동체가 고백하든 개인이 고백하든, 누군가에게 고백한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합니다. 결혼하고 싶다고 다짐하면서 분명히 배우자 될 사람에게 사랑의 고백을 하였을 것입니다. 그 고백을 듣는 사람은 그 고백에 진정성이 담겨 있음을 알았기에 결혼을 승낙하였을 것입니다. 진정성이 담겨 있지 않은 고백임을 알았으면 단호하게 거절하였을 것입니다. 성서학적인 관점을 떠나서, 오늘 베드로에게 신앙 고백을 들은 예수님은 베드로 사도에게서 진정성을 확인합니다. 그래서 베드로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십니다. 그 열쇠를 주시면서 분명하게 밝히십니다. “시몬 바로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이 말씀은 신앙 고백이 순간의 감정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십니다. 그렇게 고백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베드로 사도의 마음에 하느님의 힘이 작용했음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 하느님의 힘 역시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이후로 하느님의 힘과 성령이 베드로 사도에게 머물러 계심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아 세례를 받은 후부터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힘이, 성령이 우리에게 머물러 계심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성령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가 죄를 지어도 다시 하느님에게로 돌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 후 우리는 또다시 베드로 사도의 신앙 고백을 우리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하느님의 힘과 성령 때문에 언제든지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로마 8,15)라고 외칠 수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께 고백한 그리스도는 단순한 고백을 떠나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와 함께 하겠다는 강렬한 열망이 담겨 있는 고백입니다. 우리 역시 베드로 사도와 같은 열망을 가지고 매번 고백합니다. 이 그리스도는 오직 영광만의 그리스도가 아니라 수난과 고통과 죽임을 당하는 그리스도입니다. 수난과 죽음을 겪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입니다. 수난과 죽음 없이 오직 영광만 위한 그리스도는 절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매 주일 주님 제대에서 고백하는 그리스도는 우리가 겪고 있는 인생의 시련, 고통, 오해, 미움, 모욕, 질책을 함께 받고 계십니다. 나 혼자 쓸쓸하게 받고 겪는 그 고통 안에서 나와 함께 계심을 기억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외롭지 않습니다.

시련과 고통 속에서 외롭고 쓸쓸할 때,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고백을 반복적으로 해 보세요. 분명히 그분은 우리에게 응답하시고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실 것입니다.

우리 본당 공동체가 함께 이 고백을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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