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15주일 강론

 9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에는 장마로 인해 폭우가 내리고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불교 용어 중에 화두(話頭)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화두의 ()’는 말이라는 뜻이고, ‘()’는 머리, 즉 앞서간다는 뜻입니다. 화두의 사전적 의미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이되, 불교의 근본진리를 묻는 물음에 대한 선사들의 대답이거나, 혹은 제자를 깨달음으로 이끄는 언어, 행동을 기술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 말은 선불교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삶에서 무언가 지속적인 관심이나 몰입의 대상이라는 의미로도 흔히 쓰이고 있다. 불교에서는 도를 깨치기 위해서는 항상 부처의 말씀을 머리 위에 두고 살라고 말합니다. 항상 생각하고 있는 그 무엇을 말하는 의미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이라는 주제로 우리에게 화두로 주십니다.

연중 15주일 복음은 우리가 잘 아는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 말씀을 오늘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비유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공관복음 전체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그만큼 중요한 말씀임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어쩌다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드문 일을 이야기하는 특례비유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항상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하는 일반비유입니다. 이스라엘의 농부라면 누구나 파종 비유 이야기에 공감을 표시하여 고개를 끄덕였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에서 4-10월은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건조기입니다. 11월 초순께에 첫 비가 내리면 농부들은 밀이나 보리를 심습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이 무렵에 파종 비유를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성서학자들에 따르면, 예수님 시대 이스라엘 농부는 11월 초순쯤에 단비가 내리면 먼저 밭에 밀이나 보리를 훌훌 뿌리고서 밭을 갈았다고 합니다. 먼저 밭을 갈고서 이랑에 씨앗을 뿌리는 농사법과는 정반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말씀에 나오는 씨앗이 길가에 떨어졌다는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가시덤불이나 돌밭에 떨어졌다는 말씀도 가능합니다. 씨앗 한 알이 30, 60, 100배 소출을 내는 것 또한 가능한 일입니다. 오늘 비유 말씀은 예수님 시대 이스라엘의 자연환경을 잘 이용한 말씀입니다.

 

오늘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에서의 중요한 점은 씨뿌리는 농부의 자세에 있습니다. 그 농부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예수님께서 역점을 두고 설파하신 내용은 하느님 나라입니다. 이 세상에 오시어 주야장천 외치신 말씀은 하느님 나라입니다. 하느님이 다스리시는 나라가 온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역설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나라는 이미 이 땅에서 시작되었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나라의 시작은 바로 비유에서 나오는 씨앗입니다. 이 씨앗은 예수님 뿐만 아니라 그분의 제자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뿌려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중요한 점은 그 씨앗을 받아들이는 밭, 곧 우리 자신들입니다. 그 말씀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세에 따라서, 오늘 말씀하신 길에 떨어지는 씨가 되고, 가시덤불에 떨어지기도 하고, 돌밭에 떨어지기도 합니다. 마지막에는 좋은 땅에 떨어져 백배의 열매를 맺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 각자는 이미 하느님 말씀의 씨앗을 받아 그 씨앗을 잘 키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밭에 뿌려진 씨앗을 잘 가꾸고 키우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하였지만, 때로는 말씀의 씨앗 보다는 다른 것에 몸과 마음을 쓰다 보니 어느덧 좋은 밭이 황무지로 변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우리 자신이 좋은 밭이냐 아니면 황무지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성찰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아직도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가고 있다고 느낀다면 좋은 밭일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보다는 다른 것에 더 가치를 두고 산다면 갈수록 우리 마음은 황무지가 될 것입니다. 주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사에 나온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이미 황무지이거나 가시덤불이거나 돌밭입니다. 삶의 영역에서 항상 주님의 말씀을 한 번쯤 생각하고 묵상하는 습관을 만든다면 열매를 많이 맺는 좋은 토양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기름진 땅으로 나의 마음을 바꾸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불교 신자들이 항상 도를 깨우치기 위해 화두를 머리에 얹고 살 듯이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화두가 삼아 살아가는 습관을 만들어가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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