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14주일 강론

 기온이 90도가 넘는 날이 많습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관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중고등부 여름 캠프가 있었습니다. 많이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알찬 프로그램으로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캠프는 부모님들이 참석하지 않으시고 학생들과 선생님들로만 참석하였습니다. 식사 준비를 해주시고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신 선생님들께 공동체의 이름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이런 여름 캠프를 통해서 불편하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격려하는 가운데 짧은 시간이지만 영적으로 많이 성장하였으리라 기대합니다.

 

오늘 연중 제14주일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격려와 위로의 말씀을 해주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이 얼마나 우리를 위로하시는 말씀입니까? 주님께서 우리에게 당신에게 오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삶에서 누구에게 위로를 받고 격려를 받는 것은, 우리를 다시 살도록 생명을 주는 것입니다. 인간적인 위로도 마찬가지고 주님에게서 받는 위로는 우리를 다시 살아갈 힘과 생명을 주시는 것임을 기억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200636일에 머리 수술을 받았습니다. 오후 1시에 수술실로 옮겨지면서, 저도 모르게 이런 기도를 하였습니다. ‘주님! 저를 데려가셔도 좋습니다. 주님께서 주신 지금까지의 삶은 정말로 제가 원한 삶이었습니다. 주님은 제가 원하는 삶을 살도록 저를 이끌어주셨습니다. 이제는 바라는 것이 더는 없기에 데려가셔도 됩니다. 주님에게서 안식을 얻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기도하였습니다. 그때는 40대 초반이었기에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저도 모르게 그런 기도를 받쳤습니다. 그리고 수술대에 누웠는데 12시간의 긴 수술 끝에 주님은 저에게 다시 인생을 주셨고 다시 생명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복음 말씀이 생각났고 그 말씀을 마취약이 저의 몸으로 퍼질 때까지 묵상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위로하시고 격려하시는 그분의 마음은 온유하고 겸손하신마음을 체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마음인 온유함과 겸손함을 체험하는 조건은, 오늘 제2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분명히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조건은 다름 아닌 하느님의 영이 우리 안에 사시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영을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는 기도에 어려움을 주는 한 가지 치명적인 결함은 마치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듯이 기도하는데 있다고 말합니다. “마치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 삶을 살면서 하느님을 추구하는 그것이다.” 이러한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 성찰의 말은 오늘 제2 독서 말씀처럼 하느님의 영, 그리스도의 영을 우리가 모시고 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삶이 이분법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자신의 이익과 탐욕 앞에서는 하느님이 안 계시는 것처럼 행동하고, 아쉬운 것과 필요한 것이 있으면 하느님 앞에서 당당하게 열심히 기도하는 우리의 삶을 반성해 봅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당신 스스로를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다.”고 하셨습니다. ‘온유(meek, προς)’라는 단어의 의미는 친절한’, ‘순한’ ‘관대한뜻이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는 예수님의 마음이 오직 하느님에게 있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오직 하느님에게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 인간들에게 표현될 때는 온유함과 겸손함으로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겸손함(lowly, ταπεινός)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께 마음을 고정시키고 사람들에게는 봉사와 헌신을 의미합니다. 예수님 안에는 항상 하느님의 영이 살아계셨고, 그래서 하느님께는 영광을 돌리고 인간의 모든 멍에와 짐을 당신에게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이 복음을 묵상하면서 저 자신의 마음을 하느님께 고정하고 교우들에게 더욱 헌신하리라는 다짐을 또다시 해봅니다. 우리 인생살이에서 오는 무거운 짐과 고통과 아픔을 예수 그리스도께 던져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하느님께 고정하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졌던 마음, 온유함과 겸손함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합시다. 그리고 온유함과 겸손함을 이웃에게 보여주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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