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6월의 첫 주일입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계절입니다. 6월 한 달도 우리 교우분들 하느님 사랑 안에서 건강한 여름 보내시기 바랍니다. 본당 이사 문제로 모두가 어수선한 분위기인 것은 맞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로 우리가 버려야 할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주님께 열심히 기도하면서 새로운 변화에 슬기롭게 그리고 지혜롭게 수용해야 할 것같습니다.

 

오늘은 지난주 성령강림 대축일 끝으로 50일간의 부활 시기가 끝나고 연중 8주간을 지냈습니다. 교회 전례력으로 성령강림 대축일에 이어서 오는 주일은 삼위일체 대축일을 우리는 지냅니다. 가톨릭교회의 교리 중에서 제일 이해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오늘 지내는 삼위일체 교리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유대교에서 나온 그리스도교는 신을 3명이나 모신다고 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충 듣고 내린 평가입니다. ‘어떻게 한 분의 하느님 안에 세 분이 존재하는가?’ 하는 가톨릭교회의 삼위일체 교리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교리가 아닌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가톨릭교회에 입문하고 세례를 받는 순간 모든 일의 시작과 마침은 이 삼위일체 하느님을 고백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로 우리는 성호를 긋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이라고 말하면서 성호를 긋는 행위는 삼위일체 신앙에 대한 우리의 고백입니다.

 

지난주 첫영성체 대상 학생들과 부모님과 면담을 하였습니다. 담당 교리 선생님이 주신 문제 중에서 삼위일체에 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아직 어린 우리 학생들에게 ‘Trinity’라는 단어 자체가 어려운 단어였습니다. 그중에 그래도 몇몇 학생은 ‘One God in Three persons’이라는 정답을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Father, Son, and Holy Spirit’라고 대답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이 이렇게나마 대답하는 것을 보고 대견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우리 학생들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삼위일체 하느님 안에서 축복을 받아 하느님의 자녀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작년 삼위일체 대축일 강론에서 삼위일체 교리를 설교하면서 성 패트릭은(St. Patrick)은 아일랜드에서 세 잎 클로버를 사용하였다고 말씀드렸고, 아우구스티노(St. Augustinus) 성인은 바닷가 산책 중에 어린아이의 행동을 보고 삼위일체 신비를 깨달았다고 하였습니다. 두 분의 성인의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해는 인간의 이성으로 불가능하기에, 우리 나약한 인간은 하느님과 아버지, 성령의 관계 안에서 최대한 이해하려고 해야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하느님은 지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분이 아니라 온몸으로 체험하고 그분께 스며드는 삶에서 알 수 있는 분입니다. 우리는 이미 매번 기도할 때 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대한 신앙을 고백하고 있고 매번 식사 전에 그리고 식사 후에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께 대한 신앙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많은 잘못도 하고 나쁘게 생각도 하고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그래도 삼위일체 신앙을 고백하기에 다시 삼위일체 하느님께 돌아갈 수 있고 회개할 수 있습니다.

삼위일체 신앙을 관계적 신앙으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삼위일체 하느님 안에서 더욱 좋은 하느님과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고 현실의 삶에서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이 완벽한 관계를

맺고 계시는 것처럼, 우리 역시 나 자신과 가족과 이웃들과 부족하지만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과는 좋은 신앙적 관계를 맺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우리 사람들과는 인간적 관계만 치중하지, 신앙적 관계는 소홀하기도 합니다. 인간적 관계는 서로에서 호의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중점이라면, 신앙적 관계는 나의 호의와 나의 기도와 나의 사랑과 나의 배려와 나의 용서를 주려고 하는 관계를 말합니다. 작금의 현실은 철저한 계산이 밑바닥에 깔린 관계라면 신앙적 관계는 계산이 깔린 관계가 아니라 아낌없이 주려는 관계에서 시작합니다. 아들을 내어주신 하느님과 부활하신 예수님, 세상을 성화시키고 다스리시며 이끌어가시는 성령은 독립된 존재가 아니고 완벽한 관계 안에 계시는 우리 하느님 이십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우리 교우들을 축복해 주시고 건강과 행복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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