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6주일 강론

 5월의 둘째 주일입니다. 어머니날이기도 합니다. 언제부터 5월 둘째 주일을 어머니날로 정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5월 성모의 달에 둘째 주일을 어머니날로 정한 것이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8일을 어버이날을 지냈습니다. 어머니날을 맞이하여 본당의 모든 어머니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본당의 어머니들이 건강하시고 하느님께서 축복하여 주시기를 기도하면서 미사 봉헌합니다.

 

교우들과 과달루페 성모 성지를 순례하면서 가장 인상적이고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테페약 언덕 위에 지은 작은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서 양쪽 벽에 몇 개의 그림이 있습니다. 그중에 오른쪽 중간에 있는 그림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후안 디에고가 성모님의 부르심을 듣고 언덕으로 올라가서는 발현하신 성모님을 보고 있는 그림입니다. 성모님을 바라보는데 두 눈을 크게 뜨고 당당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성모님인지 확신도 서지 않은 가운데 눈을 반은 땅으로 반은 성모님을 바라보는 장면입니다. 화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후안 디에고의 얼굴과 눈은 두려움 반, 경외심 반, 호기심 반으로 너무나 잘 표현되었다고 저는 생각하였습니다. 그 그림이 얼마나 정겹고 가까이 다가오는지, 저 자신이 그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였습니다. 만삭의 몸으로 나타나신 성모님을 디에고는 너무나 순수한 몸과 마음 그리고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에서 성모님께서 디에고를 나아가서 라틴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저절로 묵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성모님의 얼굴은 백인도 아니요, 흑인도 아니요, 멕시코 원주민과 너무나 닮은 얼굴이었습니다. 성모님과 디에고 사이에서, 성모님은 디에고에 대한 사랑이, 디에고는 잘은 모르지만, 어렴풋이 성모님과 배 속에 있는 아기 예수님에 대한 경외심과 사랑이 넘쳤다고 봅니다.

 

오늘 부활 6주일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과 우리와의 관계를 정확하게 설정하십니다.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 사랑과 계명이라는 단어를 통해 예수님과 예수님을 믿는 우리와의 관계가 확정됩니다. 많은 사람은 인간관계 안에서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많이 하고 살고 있습니다. 연인 사이에서의 사랑한다는 고백은 서로에게 원하는 것들을 모두 수용하고, 원하는 대로 살겠다는 뜻도 담겨있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우리에게 사랑을 고백하라고 하십니다.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다름 아닌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것들, 압축하면 계명을 지키며 살겠다고 다짐하는 것입니다. 계명을 지키고 산다면, 비록 인간의 나약함과 부족함으로 때로는 계명을 벗어나고 다시 돌아 하더라도 그분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삶에 예수님은 보호자성령을 통해 우리와 함께 계신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사랑의 이중 계명, 즉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한다는 계명 안에 산다면, 우리는 하느님을 우리 삶 안에서 체험할 수 있음을 기억하였으면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계명을 충실히 성실하게 지키려고 하는 모든 행위는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삶의 노력과 시도는 2독서에 나오는 말씀. “여러분이 지닌 희망에 관하여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해 두십시오.”라는 말씀과 연결됩니다. 누군가 나름대로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 자신에게 신앙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그것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물음에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때로는 타인으로부터의 물음 이전에 나 자신이 나 자신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계명을 지키고 사는 나 자신이 당당하게 살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어영부영 살아가는지 진지하게 물어보시기를 바랍니다. 베드로 사도의 말씀과 같이 바른 양심을 가지고 온유하고 공손하게 나 자신에게 대답해 보시고, 다른 사람이 물어면 당당하게 온유하고 공손하게 대답하시기 바랍니다. 분명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 사는 것에 자신 있게 대답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을 하느님은 아실 것이고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에게는 자비, 축복과 격려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보호자이신 성령께서 오셔서 부족한 우리를 채워주실 것이고 격려해 주실 것입니다. 예수님께 의탁하고 성령의 오심을 겸손하게 청하는 한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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